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경제 활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는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방안으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 축소가 담겼다. 이 같은 방침은 2017년 세법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상속·증여세를 기간 내 신고하면 세액의 7%를 상속·증여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신고세액공제가 올해 5%로 축소됐고, 내년 이후에는 3%로 줄어든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도 정부에 상속세 강화를 압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세법개정 건의서에서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을 현행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가업상속공제도 최대 500억원까지 돼 있는 공제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아예 가업상속공제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향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 권고안에는 종부세율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하향,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등 참여연대 세법개정 건의서 내용과 거의 비슷한 방안이 담겼다. 재정개혁특위는 올 하반기 상속·증여세 개편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중소기업에 한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회사를 매각해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중소기업의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곧이어 여당 의원들로부터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의 상속세는 최고세율 50%에다 최대주주 주식의 할증평가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달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입 이후 1990년대까지 꾸준히 인하 추세였던 상속세율은 재벌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1996년 상속·증여세법 전면 개정과 1999년 최고세율 인상 등을 거쳐 다시 올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부담을 낮춰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