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중국이 ‘차이나 머니’의 막대한 구매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와 상하이시 공동 주최로 5~10일 상하이 훙차오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리는 제1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가 중국이 꺼내든 야심작이다. 이 행사는 중국 정부의 시장 개방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해 기획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행사를 시작으로 수입박람회를 매년 연다는 방침이다.

이번 박람회는 압도적 규모를 자랑한다. 단일 행사만으로도 주목받는 모터쇼와 가전쇼, 생활용품전 등 대형 전시회를 한 자리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주제별 전시관과 함께 각국 기업들을 모은 국가관도 마련했다. 박람회 면적은 축구장 42개 크기인 30만㎡에 달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130개 국가 및 지역에서 28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세계 500대 기업 중에선 200여 개 기업이 참가사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과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구글과 보잉, 캐터필러, 페이스북,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퀄컴 등 180개 기업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CJ, 두산 등 270여 개 기업이 전시관을 설치했다. 초청된 바이어는 40만 명을 웃돈다.

중국은 1957년부터 광저우 칸톤페어를 비롯해 다양한 수출입 행사를 열어왔지만 수입에만 초점을 맞춘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통상전쟁의 파고를 수입 확대를 통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경제성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로 작년 동기보다 14.2%포인트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또 이번 박람회를 외교 지평을 넓히는 무대로도 활용하고 있다. 개막식에는 2명의 대통령과 16명의 총리 등 18개국 정상을 비롯해 200여 명의 각국 장관급 인사가 참석한다. 이들 앞에서 시 주석은 개막연설을 통해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개혁·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무역 행태를 비판하면서 통상 압박을 받고 있는 유럽 등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지만 ‘반쪽 행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참가하지 않으면 좋을 게 없을 것이라는 압박성 권유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독일 일본 등 서구 주요 국가 정상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다. 세계 무역의 75%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의 정상급 인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뿐이다. 정상이 참석하는 나라는 라오스 쿠바 베트남 등 사회주의권, 체코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 옛 소련권, 파키스탄 케냐 등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 등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선 기업만 참여할 뿐 정부 대표단은 아예 참석하지 않는다. 한국도 당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보내려던 계획을 바꿔 실장급 참석으로 대체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오랜 기간을 거쳐 준비한 상하이박람회가 서방 국가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요란한 선전 이벤트일 뿐이라는 회의론이 적잖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은 “박람회를 한다고 중국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이 완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고 지적했다.

상하이=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