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제품 수출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정부의 국방산업발전협의회가 3년째 정례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10대 방산기업의 지난해 수출액(1조4990억원)이 전년보다 34.5% 줄어드는 등 방산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범정부 협의체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산업발전협의회는 2015년 2월 제4회 협의회를 끝으로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 협의회는 국방산업 육성과 방산 수출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공동의장으로 하고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방위사업청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체다. 국방산업발전협의회 규정에 따르면 매년 한 차례 정례 회의를 여는 게 원칙이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그동안 협의회를 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올해는 지난 9월1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방산업진흥회의’로 협의회를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대우조선을 방문한 이유는 해군의 첫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방산 수출 확대 논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도 국방산업발전협의회와 국방산업진흥회의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국방산업진흥회의는 1977년 청와대 주관으로 열린 ‘방위산업진흥확대회의’가 모체로 1980년까지 열리다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국방산업진흥회의는 39년 만에 열린 청와대 주관 회의라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청와대 주관 회의는 아직 정례화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매년 정기적으로 실무 협의회를 거쳐 장관 주재로 개최하도록 돼 있는 국방산업발전협의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방산업계에선 범정부 협의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주관 회의를 정례화하거나 국방산업발전협의회를 제대로 운영해 달라는 요구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주재로 ‘방위산업위원회’를 분기(3개월)마다 한 차례씩 연다. 지난해 러시아의 무기 수출은 153억달러로 10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은 “정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80% 수준에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