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맨 오른쪽)이 2일 서울 충무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경제정책의 효율성 구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맨 오른쪽)이 2일 서울 충무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경제정책의 효율성 구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또다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전에도 페이스북과 외부 기고 등을 통해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그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서부터 경제팀 작동 시스템, 공직사회의 경직성까지 전방위에 걸쳐 십자포화를 쏟아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소득주도성장, 첫 고리부터 끊겨”

김 부의장은 2일 안민정책포럼에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자신이 설계해 문재인 대통령이 채택한 ‘사람 중심 경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사람 중심 경제는 사람의 전문성과 능력을 키워주고,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를 형성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의미”라며 “내가 설계한 정책의 핵심인 교육 등 인적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만 부각되면서 본질이 흐려졌다”고 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소득주도성장도 “의도는 좋았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소득주도성장의 출발점은 근로자 임금을 높여 가처분 소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소비가 늘고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 투자 및 고용 확대→경제 성장→임금 상승→가계소득 증가의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의도다. 하지만 ‘고용 참사’가 일어나면서 오히려 근로자 전체의 소득이 감소할 위기에 처했고, 소득주도성장의 첫 고리부터 끊겼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경제에서 정의의 기준은 국민이 물질적인 면에서 무엇을 가지고 행복을 느끼느냐인데, 그 중심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현재 일자리 성적표가 나쁘기 때문에 (정부가)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정책 근거 부족하고, 대화도 안 돼”

김 부의장은 현 정부가 제대로 된 근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예로 들며 “직무 분석이 돼 있어야 어느 게 동일노동인지 알 수 있는데, 분석도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관련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저임금 인상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서도 “음식업 종류도 한식 중식 일식 등 온갖 종류가 다 있고 질적 수준도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똑같겠느냐”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의사결정자들의 갈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경제팀이 내부적으로 토론하더라도 밖에 나오는 목소리는 하나여야 한다”며 “어떤 정부든 간에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기도 전달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여러 가지 큰 정책 부작용을 경험한 것은 (정부가)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똑같은 정책도 건강한 이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병든 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장을 무시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정책 속도 조절하고 대화 나서야”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관의 부의장이지만 ‘장외 비판’을 이어가는 데 대한 자괴감도 토로했다. 그는 “여러 의견을 정책결정자들에게 전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고, 거기까지가 법이 자문기관에 준 한계”라고 했다.

정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김 부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나 갑질 등은 고쳐야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부작용이 있다”며 “기업들이 지나치게 위축돼 일자리 상황이 더욱 나빠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