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의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우리는 신(新)권력이동의 시대로 항해하고 있다. 적어도 인재관리라는 측면에서는 말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갑(甲)으로서 이전만큼의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영역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단연 글로벌 ‘인재전쟁’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는 이 이슈 자체를 이성적으로는 인지하면서도 그 현상의 이면과 시사점을 때로 외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권력자’의 등장은 이미 예견되고 주장됐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역작 《권력이동》에서 산업혁명 시대까지는 생산수단이 기업의 소유물이었지만, 정보화 혁명을 기점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주도권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겠지만 우리 기업이 풀어야 할 새로운 미션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이제는 진짜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채용’이 아니라 ‘확보’다. 사람을 한 번 잘 뽑았다고 끝이 아니다. 이후에도 계속 최적의 자리에 그 사람을 임명할 수 있어야 하고 준비된 리더를 승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역량, 가치관, 문화적 적합성 등의 종합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조직의 성패는 물론 팀워크까지 영향받기 때문이다.

둘째, 근로자의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절대로 항상 그들을 기쁘고 만족스럽게 할 수는 없다. 그 자체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러나 적어도 민심이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 제대로 핀트가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 유지와 육성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정서가 관리되고 있는 한 조직은 결코 쉽게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다. 새로운 피의 수혈 또한 이뤄질 것이다.

셋째, 기업도 이제는 평판 관리가 필수다. 핵심 인재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그 기업과 자신이 함께 일할 리더의 ‘민낯’을 속속들이 체크한 뒤에야 입사 여부를 결정하곤 한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상에서 그 회사의 전·현 직원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도마에 올려놓고 냉정하게 난도질하는 풍경은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사가 됐고 익명의 사이트에 올라간 비리 제보 때문에 고위급 임원이 중징계를 당하는 일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언뜻 보면 우리는 과거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소 모순된 ‘권력이동’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성원 개인과 기업 집단 사이에는 이해가 상충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제는 ‘적과의 동침’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직원은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그러나 곧 그가 진짜로 우리의 적이 될지 아니면 우리와 함께 성장과 성공의 스토리를 만들어갈 동지가 될지 또 아니면 떠나도 든든한 우리의 친구로 남게 될지는 세 가지 새로운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인재관리, 新권력이동의 시대…기업이 풀어야 할 새로운 미션
노동시장 구조가 점점 더 개방형으로 변천해 노동력의 이동이 훨씬 자유로워진 ‘잡노마드’의 사회, 소수의 핵심 인재가 기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시대, 동시에 노동자의 권익이 한층 신장돼 인재 확보에 대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궤도수정하기가 더 어려워진 세상. 이래저래 기업의 고민과 시름은 만추의 밤만큼이나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준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