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위, 삼성·반올림 측에 조정안 전달…"보상액 낮추고 범위 확대"
백혈병 최대 1억5천만원 보상…이달중 합의이행 협약식 열기로


지난 1984년 5월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피해자는 최대 1억5천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사과문을 낭독하고 홈페이지에 이를 게재하는 한편 재발 방지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이날 삼성전자와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 '반올림'에 이 같은 내용의 중재안을 전달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지난 7월 조정위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이달 내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조율을 마무리하고 협약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중재안을 전달받은 뒤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면서 "서둘러 구체적인 이행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위는 중재안에서 "반도체 및 LCD 작업환경과 질병과의 인과 관계에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면서 "피해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자를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보상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가능한 한 피해를 폭넓게 인정하되 보상 수준은 산업재해 보상보다 낮게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현직자와 퇴직자 전원으로 정했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 17일부터 오는 2028년 10월 31일로 정하되 그 이후는 10년 뒤에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보상 대상이 되는 질병의 범위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으로, 지금까지 반도체나 LCD와 관련해 논란이 된 암 가운데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이다.

또 희귀암 중 환경성 질환도 모두 포함했다.

또 다발성 경화증, 쇠그렌증후군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 전체, 유산 및 사산, 선천성 기형 및 소아암 등 자녀 질환 등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모두 보상하기로 했다.

보상액은 근무장소, 근속 기간, 질병 중증도 등을 고려해 별도의 독립적인 지원보상위원회에서 산정하되 백혈병의 경우 최대 1억5천만원으로 정해졌다.

반올림 소속 피해자 53명에 대해서는 기존 삼성전자 보상 규정과 이번 중재 판정의 지원 보상안을 모두 적용해 산정한 뒤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중재위는 삼성전자의 사과 방식과 관련, 대표이사가 반올림 피해자 및 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과문을 낭독하라고 권고했다.

이밖에 삼성전자에 대해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업재해 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500억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하도록 했다.

중재위는 이날을 기해 조정·중재 절차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달 내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협의에 따라 합의이행 협약식을 개최하도록 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근원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이번 조정 및 중재 사건을 계기로 삼아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에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