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반도체 장비업체로 설립된 미래컴퍼니(경기 화성)는 1990년대부터 디스플레이 장비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4년 정보기술(IT)산업이 주춤하면서 매출 373억원에 7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13년 가업을 승계한 김준홍 대표는 임원들이 제시한 직원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수술용 로봇을 개발해 온 자회사 래보를 합병하면서 신사업 추진에도 힘을 실었다. 그 결과 이 회사가 만드는 디스플레이 장비 ‘에지 그라인더’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743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753억원까지 급증해 ‘벤처 1000억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벤처기업 중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중견기업을 넘어 유니콘(자산가치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후보군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이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혁신성장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572개 '1000억 벤처' 유니콘 향해 뛴다
◆‘매출 1000억 벤처’ 572개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 1000억 기업’이 572개로 지난해(503개)보다 69개(11.5%) 늘어났다고 1일 밝혔다. 한 번 이상 벤처 인증을 받고 경영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기업 9만6623개(벤처 출신 기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2005년 68개를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해 2016년 처음으로 500개를 돌파했다.

벤처 1000억 기업에 처음 이름을 올린 업체는 TV와 PC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디엘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문 기업 모트렉스, 게임·소프트웨어기업 그라비티 등 69개였다.

2011년 창업한 디엘티는 2016년 60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124명으로 늘어나 고용 증가 상위 기업으로 꼽혔다. 모트렉스는 내비게이션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같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생산하는 회사다. 국내 유일한 PIO(자동차 선적 전 장착하는 옵션) 전문기업이다. 해외 70여 개 국가, 40여 개 차종에 112개 모델 제품을 공급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 큰 벤처 1000억 기업

지난해 벤처 1000억 기업의 총매출은 130조원으로 2016년(112조원)보다 16.4% 증가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도 엔씨소프트 네오플 등 11개로 7개 늘었다. 2016년 1991억원이었던 평균 매출도 지난해 2305억원으로 15.8% 늘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으로 관련 기업들이 벤처 1000억 기업에 이름을 많이 올렸다. 신성이엔지와 제이스텍, 로체시스템즈, 톱텍, 예스티 등이다.

벤처 1000억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두드러졌다. 572개사의 전체 종사자 수는 21만5862명이었다. 2016년(20만7293명)에 비해 4.1% 증가했다. 기업당 384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신규 벤처 1000억 기업의 종사자 증가율은 26.4%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벤처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성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앞으로 벤처기업의 강력한 후원자로 나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