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란 우려는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현실화됐다. 한 달 전만 해도 D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이 3분기보다 5%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4분기의 첫달인 10월 고정거래가격이 10.7% 추락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격 하락에 더해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D램 가격이 하락한 것은 2년4개월 만이다. 64단 3차원(3D) 제품 공급 확대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 7월 하락세로 돌아선 데 이어 D램 가격까지 급락한 것이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제기한 반도체 고점 논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내년 1분기까지 '주춤'
가격뿐 아니라 4분기와 내년 1분기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는 올해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서버를 확충하던 글로벌 IT 업체들이 외형 부풀리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나서면서 서버용 D램 수급 불균형이 일시적으로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면서 중국 IT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0월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5%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6.4%)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판매 대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는 계절적 비수기인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시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분기부터 인텔 등 반도체 업체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플랫폼을 발표하면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장(전무)은 “AI와 5G 등으로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견고하다”며 “IT산업 트렌드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D램 시장과 관련해서는 “내년 하반기에는 서버·모바일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가 지속되고, 수요 증가세가 공급 증가세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투자 계획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전 전무는 “종합적 라인 운영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평택 시설 증설보다는 16라인의 낸드를 D램으로 전환하는 방향 등을 지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