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광고 대행사들이 ‘일감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광고주인 국내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짜면서 그룹 계열사들이 없거나 지원이 적은 중소형 대행사들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광고대행사인 오리콤 관계자는 31일 “통상 이맘때가 되면 내년 광고 물량을 따기 위해 기업들을 돌며 프레젠테이션을 뛰기 바쁜데 올해는 이런 프레젠테이션 요청이 많이 줄었다”며 “기업들이 내년 광고·마케팅 예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미 모바일게임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광고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아직까진 광고 집행을 크게 줄이지 않고 있지만 올 4분기 들어 신규 고객으로 분류하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의 광고 물량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광고업계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로 모바일게임과 배달·이사 앱 등을 꼽았다.

대기업 계열 대형 광고대행사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년부터 실적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취급액 5조3677억원으로 국내 1위인 제일기획은 지난 3분기 4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냈다. 역시 지난해 취급액 3조9426억원으로 국내 2위 대행사인 이노션도 3분기 영업이익이 30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 광고 대행사 관계자는 “내년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내년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짜면서 중소형 대행사들의 사정은 더 나빠질 것으로 광고업계는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나빠지면 중견기업 이하 광고주들이 가장 먼저 광고 물량을 줄이기 시작한다”며 “중소형 대행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