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코픽스 잔액기준)와 혼합형 금리(5년 고정) 간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상승 국면에서 변동금리 산정 기준인 코픽스(자본조달비용지수·잔액기준)는 13개월째 상승한 반면 혼합형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꾸준히 하락해서다.

치솟는 코픽스…고정금리가 변동보다 낮아졌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지난 30일 연 3.26~4.26%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픽스 잔액기준 변동금리(연 3.30~4.30%)보다 낮은 수준이다. 혼합형 금리가 변동금리를 밑돈 것은 2016년 12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도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전날보다 하락해 혼합형 금리는 연 3.24~4.24%로 변동금리보다 0.06%포인트 낮아졌다.

고정금리는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을 은행이 떠안기 때문에 통상 변동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5년물 금융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게 금리가 역전된 원인이라고 우리은행 측은 설명했다. 반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잔액기준 코픽스가 꾸준히 오름세를 타면서 올 들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잔액기준 금리는 시중금리를 서서히 반영하는 데다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어 일각에서는 변동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은행 여신업계에서는 당분간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간 역전 현상은 지난 7월 국민은행부터 시작됐다. 현재 국민은행의 고정금리는 연 3.37~4.57%로, 코픽스 잔액기준 금리(연 3.57~4.77%)보다 0.2%포인트 낮다. 지난 10일부터는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변동과 고정금리 수준이 뒤바뀌었다. 혼합형 금리(연 3.02~4.22%)는 현재 변동금리(연 3.23~4.43%)보다 약 0.21%포인트 낮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2016년 6월 이후 첫 역전 현상”이라며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장기물 금리는 하락한 반면 단기물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에 변동금리(코픽스 잔액기준)를 받고 있는 대출자들이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가계대출(9월 말 잔액기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9.8%에 그치고, 7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당분간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높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신규 취급액 기준으론 아직 변동금리가 더 낮지만 현재 금리가 상승 국면인 점을 감안하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