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고용 부진에 대해 “일자리 질은 개선됐다”던 정부 해명과 상반된 결과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6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6000명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3.0%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 1년 동안 1342만8000명에서 1343만1000명으로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연령별 비정규직 일자리는 60세 이상(12만6000명)과 50대(1만9000명)에서 증가했다. 반면 청년층인 20대(-3만3000명), ‘경제 허리’인 40대(-5만8000명) 일자리는 감소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복지사 등 일자리를 늘리면서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1만8000명)이 대폭 증가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4만8000명)과 도매 및 소매업(-3만7000명)은 줄었다.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8월 기준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64만4000원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300만9000원)보다 136만5000원 적었다. 작년 임금 격차인 128만2000원보다 8만3000원 증가한 수치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43.6%)은 같은 기간 0.5%포인트 하락했다. 늘어난 비정규직 일자리 중 상당수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65세 이상이기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대약진운동’ 기간(1958~1962)에 중국 전역에서 쌀 수확량이 급증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마오쩌둥은 이에 고무돼 ‘잉여식량을 어떻게 할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숫자는 각 지역에서 징벌을 모면하려고 당 중앙에 부풀려 보고한 것이었다.역사가 프랑크 디쾨터는 《마오의 대기근》에서 성과가 처참한데도 통계 부풀리기 탓에 대약진운동이 더 오래 지속됐다고 봤다. 허황한 목표와 통계 조작의 대가가 4500만 명이 사망한 ‘20세기 최대 비극’이다. “통계는 고성능 무기와 같아 올바로 이용하면 유익하지만, 잘못 쓰이면 치명적인 재앙을 부른다”는 말대로다.현대인은 통계 홍수 속에서 산다. OECD 통계가 연간 9000여 건에 달하고, 국내 공식 통계만도 1000가지가 넘는다. 마크 트웨인이 통계를 ‘새빨간 거짓말’에 비유했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럴 뿐이다.통계 왜곡은 정치적 목적에 기인하지만, 통계 오독(誤讀)은 인지능력 한계에서 비롯된다.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정확성(알고리즘)보다 어림셈법(휴리스틱)에 익숙해 통계·확률을 인식하는 데 미숙하다. 알고도 오독했으면 그건 도덕성의 문제다.몇 해 전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으로 선풍을 일으켰지만, 곧바로 통계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피케티가 추정치 잡아늘림, 평균 왜곡, 데이터 재생산, 입맛대로 데이터 고르기 등 7가지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국내에서 흔한 통계 오독이 GDP와 10대그룹 매출을 비교하는 것이다. 국내 부가가치 합계(GDP)를 해외 매출이 80%인 대기업 외형과 비교하는 것부터가 부적절하지만, 재벌 경제력 집중 공격수단으로 자주 이용된다. 뻔히 알 만한 경제학 교수들까지 이런 주장을 편다.‘지식소매상’ 유시민 씨의 “그럼 우린 천민이냐”는 주장은 통계 오독의 압권이다. 2014년 코레일 노조 파업 때 유씨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에 대해 “1인당 GDP가 2만4000달러이니 4인 가족이면 9만6000달러, 약 1억1000만원이다. 평균연봉 6200만원인 코레일 노조가 무슨 귀족노조냐”고 주장했다. GDP에 정부·기업 몫이 포함돼 있음을 그가 정말 모르고 한 말일까.그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이 “나 같으면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야당 의원들이 “1990~2016년 가계총소득이 186% 증가할 동안 가계 평균소득이 90% 늘어나는 데 그쳐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다”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주장이 맞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통계는 대양을 항해할 때의 나침반과도 같다. 정부가 통계를 오독하면 경제가 산으로 간다. 오류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다.ohk@hankyung.com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수차례 제시한 통계 해석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사진)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통계청 수장이 소득주도성장 주역인 장 실장의 ‘통계 오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강 청장은 15일 열린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장 실장이 가계 총소득이 186% 증가할 동안 가계 평균소득이 90% 늘어난 게 소득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맞는 얘기냐”는 질문에 “거시지표와 미시지표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며 “나 같으면 저렇게 해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장 실장은 정책실장에 임명되기 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이 같은 수치를 제시하며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교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해 5월 장 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해 통계청이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당시 통계청은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은 둔화될 수밖에 없고, 가계 평균소득과 가계 총소득은 작성 범위 등이 다른 통계에서 나온 수치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통합작성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야당이 요청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소득 실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행정자료인 국세청 소득세 자료와 가계동향조사를 비교하면 고소득자 소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정부 개편안대로 단순히 표본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통계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청와대가 가계동향조사 부활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모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10월18일 통계청 과장에게 ‘가계동향조사 정책 활용 및 중단시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청와대 압박 때문에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를 부활시켰다가 통계청장 경질과 신뢰도 논란 등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강조했다.대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