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보험가입률 3년만에 하락·상여급 수혜율 6년새 최저
전문가 "노동시장 경직성 키운 정책의 부작용"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했음에도 취약계층의 근로여건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는 최근 1년 사이에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는 일련의 정책이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부작용을 낳았다는 진단과 함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힘썼는데…취약계층 근로여건 뒷걸음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 1년 사이에 정규직 근로자는 거의 늘지 않았고 이와 비교하면 비정규직 증가 폭이 컸다는 것이다.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3천명 증가했고 비정규직은 3만6천명 늘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비중이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올해 8월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3.0%로 2012년 8월 33.2%를 기록한 후 최근 6년 사이(8월 기준)에 가장 높았다.

공공부문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정부가 정규직화를 독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 1년간 공공부문의 정규직화가 꽤 이뤄졌으니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전체 통계에 나타난 것보다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힘썼는데…취약계층 근로여건 뒷걸음
비정규직의 주머니 사정도 그리 좋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64만4천원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300만9천원)보다 약 136만5천원 적었다.

작년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 차이가 128만2천원이었는데 격차가 커졌다.

최근 1년 사이의 월급 인상률은 정규직이 5.5%, 비정규직이 4.8%였다.

작년 인상률과 비교하면 정규직은 인상률이 3.6%포인트 상승했고 비정규직은 0.1%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지난해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16.4% 인상했는데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훨씬 낮았다.

보수 외 근로조건에서도 악화한 항목이 보인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3.6%를 기록했다.

2015년 42.6%였다가 2016년 42.9%, 2017년 44.1%를 기록하는 등 상승 추세였는데 3년 만에 하락했다.

정부는 그간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가입자 구성을 뜯어보면 비정규직의 고용 안전망이 개선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상여금 수혜율은 작년에 39.1%였는데 올해 37.8%로 낮아졌다.

2012년에 36.5%를 기록한 후 최근 6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건강보험 가입률(45.3%→45.9%), 시간 외 수당 수혜율(24.2%→24.6%), 유급휴가 수혜율(31.7%→32.1%) 등 비정규직 관련 지표 중 최근 1년 사이 개선한 것도 있으나 핵심 지표가 악화하면서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규직 채용의 부담이 아주 많이 커졌다.

사실상 채용을 안 하고 어쩔 수 없이 채용해야 하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경제의 원칙, 시장 논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한 결과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시간 단축의 경직적인 시행,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키운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