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플레이스빌딩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코웨이 인수 배경과 향후 그룹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플레이스빌딩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코웨이 인수 배경과 향후 그룹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에선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실패한 기업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많은 중소기업과 젊은이들이 저를 보고 가난한 자도 성공할 수 있고, 실패한 기업인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73)은 29일 코웨이 인수를 직접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회장은 그동안 코웨이를 되찾아 웅진을 재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코웨이는 윤 회장이 키운 기업이다. 한국형 정수기 렌털사업 모델도, 코디(제품 관리 서비스 인력) 문화도 윤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 윤 회장은 “내 자식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되찾는 데 성공했지만 끝이 아니다. 코웨이를 중심으로 웅진그룹을 재건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다. 그는 그룹 재건을 통해 직접 발표한 ‘나의 신조’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내 나이가 몇 살이든 나는 20대의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 도전할 것이다. 국가에 기여할 것이다.”

렌털의 원조’ 귀환

1998년 외환위기 때 윤 회장은 창고에 쌓여 있는 정수기를 보고 두려웠다. 그동안 꽤 팔렸는데 외환위기 이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차라리 빌려주자’고 생각했다. 과장급 직장인이 맑은 물을 마시는 데 월 2만7000원쯤은 쓸 것이란 생각에 2만7000원짜리 렌털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직원들은 “2만7000원에 빌려주려면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윤 회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설계부터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가격에 맞춰 제품원가, 운영비 등을 줄인 결과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국내 가전제품 렌털서비스의 시작이었다.

윤 회장은 정수기에 이어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설립 이후 줄곧 1위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그룹이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극동건설, 서울저축은행 등을 인수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윤 회장은 채무를 갚기 위해 코웨이 웅진식품 등 알짜 회사를 차례로 팔았다. 이후 남아 있는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북센 등을 기반으로 재기에 나섰다.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3년 만에 빚을 모두 갚았다. 그리고 웅진그룹 재건을 위해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10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내가 아니라 임직원”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씽크빅 중심으로 개편

코웨이 인수로 웅진은 그룹 재건의 첫 단추를 채웠다는 분석이다. 웅진그룹 자산은 2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웅진씽크빅·웅진렌탈 방문판매 인력(1만3000명)과 코웨이 인력(2만 명)을 합쳐 3만3000명의 방문 판매망을 구축하게 된다. 윤 회장은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3만 명 넘는 판매망은 엄청난 경쟁력”이라며 “사업 간 교류와 제품 확장 등을 통해 시너지를 크게 높이고 서비스 등을 혁신해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은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1분기 이후 웅진렌탈과 코웨이 브랜드를 통합해 웅진코웨이로 바꿀 계획이다. 또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웅진에너지 등 계열사를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자금으로 코웨이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전무)은 “연내 웅진에너지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나오는 인수금융 상환 우려에 대해 그는 “연 7~8% 성장하면 조달한 인수금융을 갚을 수 있는데 렌털 시장 성장률이 연 10%”라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