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은 29일 오전 7시30분 코웨이 인수를 공시했다. 주말에 최종 협상을 마무리한 뒤 장이 열리기 전 공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려는 웅진과 팔려는 MBK파트너스 간 감정적 앙금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구도를 바꾼 것은 ‘돈’이었다. 웅진이 자금을 확보한 것이 MBK를 돌려세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웅진엔 안 판다" 던 MBK, 2주 만에 마음 돌린 까닭은…
웅진의 코웨이 인수전은 올해 초 시작됐다. 웅진그룹은 지난 1월 코웨이를 되찾아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웅진이 뜻은 있지만 돈이 없을 것”이라고들 했다. MBK파트너스 측도 “웅진그룹에 코웨이를 매각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8월 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웅진과 함께 코웨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웅진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다른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연기금·공제회와 국내 금융사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코웨이 인수자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확약서(LOC)를 차례로 받았다. 자체 자금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계획도 발표했다.

거래는 2주 전부터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그간 보여준 진정성이 통해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인 MBK에 ‘진정성’은 곧 ‘자금’이었다. 웅진은 10월 중순께 이 같은 자금조달 계획을 MBK에 알리고, 매수가격을 통보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웅진엔 안 판다" 던 MBK, 2주 만에 마음 돌린 까닭은…
MBK도 웅진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골드만삭스를 통해 국내 대기업들에 코웨이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이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는 등 인수 절차가 복잡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웅진으로부터 구체적 제안을 받은 MBK는 투자자들에게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의 자금조달 계획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확인한 MBK는 지난 주말 코웨이를 팔겠다는 뜻을 웅진에 전했고, 양측은 29일 아침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거래가 빠르게 진행된 것은 예비실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웅진이 설립, 경영한 코웨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데다 인수 의지가 강력했던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전무)은 “코웨이에 대해 워낙 잘 이해하고 있는 데다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분식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예비실사를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전설리/정영효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