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업계는 지난달 말 ‘송객 수수료 전쟁’을 치렀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따이궁)을 겨냥한 것이었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평소 20% 안팎이던 송객 수수료가 40% 선까지 뛰었다. 100만원어치를 팔면 여행사에 40만원을 수수료로 줬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이 주도한 이 ‘전쟁’은 사흘을 못 넘겼다. 적자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정전협정’이라고 표현했다.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면세점 '송객 수수료 출혈경쟁' 다시 불붙나
국내 면세점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다음달 1일 현대백화점그룹이 첫 면세점을 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8~10층을 개조해 1만4005㎡ 규모의 면세점을 준비 중이다. 입점 브랜드만 400여 개에 이르는 대형 면세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년 매출 6000억~7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이란 특성을 고려해 중국 VIP 고객, 내국인 관광객 등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따이궁 영업 위주의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과 다르게 가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업 시작과 함께 송객 수수료 경쟁에 돈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기 안착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수수료 경쟁을 할 것에 대비해 ‘실탄’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했다. 수수료 경쟁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과 가까운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등은 맞대응 방안도 마련했다.

신세계면세점이 과거 수수료 경쟁을 촉발한 전례도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6년 명동에 첫 시내면세점을 열었을 때 대대적인 송객 수수료 경쟁을 했다. 기존 업체 대비 최대 약 10%포인트 송객 수수료를 올렸다. 롯데 신라가 20%를 주면 신세계가 30%를 주는 식이었다. 이 전략은 대체로 맞아들어갔다. 초반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롯데면세점 본점, 신라면세점 장충동점에 이어 작년 연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세 번째 매장이 됐다.

이런 까닭에 매년 면세점 송객 수수료는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2967억원이던 송객 수수료는 작년 1조1481억원까지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604억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면 연내 1조2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리베이트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자 신라면세점 등 일부는 과당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수수료를 많이 줘 봐야 여행사 배만 불린다는 판단에서다. 수수료 경쟁을 지양하자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 3분기 6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24%나 증가했다. 올해 처음 연간 영업이익 2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