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부총리·이주열 총재 ‘국감장 대화’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김동연 부총리·이주열 총재 ‘국감장 대화’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단기일자리 채용 계획이 없던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이 정부 압박으로 하루 만에 1148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서를 급조한 정황이 드러났다. “자발적으로 단기일자리 채용 계획을 세워 예산을 협의·요구한 것”이라는 해수부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알바 필요 없다는데…” 하루 만에 번복

29일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어촌어항공단(당시 어촌어항협회)은 기획재정부에 “올해 단기일자리 확대 계획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기재부가 내려보낸 ‘연내 단기일자리 확대방안 작성요청’ 지침에 대한 답장이었다. 공단은 “올해 정규직 26명을 신규 채용하고 비정규직 2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다 신규 사업을 통해 이미 단기일자리 18개를 창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발적 신청'이라던 어촌 그물 수거 알바…"기재부 압박 있었다"
하지만 공단은 다음날인 12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단기 어망 수거작업 인력 1136명 등 총 1148명을 채용하겠다”는 내용의 3쪽짜리 계획서를 해수부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단기 인력이 필요 없다는 공문을 보냈던 공단이 하루 만에 비공식적인 통로인 이메일을 통해 계획을 제출했다”며 “공단이 눈치 없이 단기일자리가 필요 없다고 곧이곧대로 보고했다가 기재부의 질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계획은 정부가 24일 발표한 ‘단기 일자리 대책’ 5만9000개 중 하나에 포함됐다. 해수부와 공단은 40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2개월 동안 750명의 폐그물 수거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당초보다는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예산을 어디서 전용할지 등 세부 계획은 아직 짜여있지 않다. 김 의원은 “갑자기 하루 만에 일손이 1136명이나 필요해질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정황은 “자발적으로 계획해오던 사업을 기재부에 제출한 것”이라는 해수부의 해명과도 정면 배치된다. 해수부는 ‘어촌 그물 수거 750명 단기일자리 압박’이란 보도<본지 10월29일자 A3면>가 나가자 “10월4일부터 해당 계획 등 세부사항을 기재부와 논의해 추진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어촌어항공단이 정부 압박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해 보낸 이메일.
어촌어항공단이 정부 압박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해 보낸 이메일.
하지만 공문에 따르면 사업 시행 당사자인 공단은 10월11일에도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업안이 이미 마련돼 있었다”는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예산 출처 등 각 정부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할 때 들어가는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서다.

◆김영춘 “국무회의에서 논의하겠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다른 해수부 관할 ‘공공 알바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어선이 금지 어종을 포획했는지를 조사하는 아르바이트인 ‘불법어업 실태조사’가 대표적이다. 수산업과 관련 없는 민간인이 비슷하게 생긴 어종을 구분하려면 오랜 교육이 필요하다. “주무 공공기관인 수산자원관리공단 담당자도 민간인이 금방 배워 업무를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장관 생각은 어떠냐”는 질의에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힘들 것 같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김 장관은 “예산낭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과 문제의식에 동의하지만, 지금 고용사정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위기적 대응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농해수위 위원장인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정치인 출신인 김 장관이 내일 국무회의에서 단기일자리 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라도 해보라”는 권유에는 “그렇게 한 번 제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