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로보프린트 사장(왼쪽)이 아파트 도색 작업을 앞두고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박정규 로보프린트 사장(왼쪽)이 아파트 도색 작업을 앞두고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고층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칠(도장)을 하는 작업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아파트 건설 때 도장 작업에서 인명사고도 많이 난다. 이런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한 업체가 있다. 로보프린트는 자체 개발한 벽화도색로봇 아트봇(Artbot)을 원격 조종해 건물 외벽에 사진 명화 디자인 등을 프린팅하듯 찍어 넣는다. 아트봇은 현수막을 제작하던 박정규 사장(49)이 10년을 투자해 개발했다. 박 사장은 “아트봇뿐만 아니라 청소로봇 방수도색로봇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년 노력해 벽화도장 로봇 개발

"위험천만 고층 아파트 도색…아트봇에 맡기세요"
박 사장은 2000년 맥줏집과 주유소를 하다가 지인에게 수억원의 사기를 당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돼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도 여러 번 들었다. 가족을 생각해 마음을 다잡은 박 사장은 2004년 현수막 제작업에 뛰어들었다. 현수막을 납품하기 위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갔다. 밧줄에 매달려 아파트 벽면을 도색하는 인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도색작업을 하는 로봇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사업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하지만 사업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수막 제작으로 번 돈을 몽땅 투입하고도 모자랐다. 이자를 갚지 못해 집안 곳곳에 빨간 압류 딱지가 세 번이나 붙었다. 수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준비기간 6년을 보낸 끝에 2009년 시제품을 개발했다.

2010년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재창업 자금을 지원받은 데 이어 2012년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2014년 완성된 아트봇은 도색 공사 중 추락 사고 방지, 일정량 분사로 환경오염 예방 기술 등으로 국내외 특허 10개를 획득했다.

◆아파트단지 수주하고 수출도 추진

로보프린트의 주요 고객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와 건물을 새로 지은 기업체다. 아트봇은 ‘3축 제어기술’이라는 비정형 구조물 도색 기술을 채용, 굴곡이나 요철이 있는 벽면에도 평면과 차이가 없는 도색이 가능하다. 1m 선 안에 들어가는 점(DPM·dot per meter)이 1562개다. 1㎡에 총 243만 개의 점이 찍힌다. 박 사장은 “사람이 밧줄과 크레인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단색 도색을 하는 경우 3명이 8시간 동안 50㎡를 작업할 수 있으나 아트봇은 3대가 4시간 동안 100㎡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날림먼지가 생기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도 호재다. 분무 방식으로 페인트칠을 할 때 날림을 막기 위해 방진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아트봇은 페인트 날림 방지 장치가 돼 있어 효율적이다. 이달 대구 옥포지구 신축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500가구)의 도색 작업을 한 데 이어 다음달 GS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의 아파트 단지 도색도 한다.

최근 러시아 민간가스업체인 노바텍으로부터 북극해 인근 야말반도에 있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전체를 도장하는 작업에 대한 견적 요청도 받았다. 내년에는 미국과 싱가포르 법인의 영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고층빌딩의 외벽 유리를 청소하는 로봇도 개발해 내년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자동차·조선 도색로봇, 화재진압로봇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생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