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더 큰 外風 오는데 어쩌려고 이러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이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데도 정부가 임시방편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부의장은 26일 페이스북에 한 언론사 사설을 인용하며 “경제 위기 조짐이 어른거리는데 청와대와 정부에는 전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고, 샘을 깊이 파지 않고, 바람막이나 설치하고 양수기나 동원하려 하는데, 이는 임시 방편일 뿐이고 오래 버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4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 원격의료, 공유경제 등 핵심 규제에 대한 완화 방안이 빠진 채 단기 대책에만 치중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의장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뮐세’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고’라는 용비어천가의 구절을 인용하며 “요즈음 경제 정책 입안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내년엔 더 강한 외풍과 더 지독한 가뭄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려고 이러고 있나”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는 짧게 보려는 구조적 성향이 있다”며 “그러나 경제는 길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익집단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있더라도 규제 혁신 등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부의장은 서강대 석좌교수로 있다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해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철학)의 주요 뼈대를 짰다. 5월 정부 출범 뒤엔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선임됐다. 정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신의 페이스북과 외부 칼럼 등을 통해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받았다. 지난 8월에는 정부가 고용 참사의 대응책으로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