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존중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분이 있는 주주로서 정부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우리금융 회장 선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최종구 금융위원장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면서 신임 지주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같은 날 오전 우리은행은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었지만 회장 선임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분기 실적 승인 등의 안건만 처리하고 회의를 마쳤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최 위원장이 두 가지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자율경영을 존중한다”면서도 “지배구조와 관련한 의견을 전달한다”는 상충된 발언을 함으로써 관치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이 2016년 11월 민영화된 이후 자율경영 원칙을 내세워오던 금융위원회가 막상 우리은행의 지주 전환이 임박하자 관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의 불만이기도 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그 사이 새 정권이 들어선 데다 우리금융 회장직에 눈독 들이는 인물이 워낙 거센 압박을 하고 있어서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로 전환할 경우 회장과 행장의 겸직 여부를 두고도 고민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우리은행 이사회가 지주 지배구조 논의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아직 청와대의 언질이 없거나, 있어도 금융위가 전달하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의견을 전할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도 지주의 지배구조에 관한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다음달 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승인을 얻은 뒤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사외이사는 “금융위 승인이 떨어진 뒤 다음달 8일께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 선임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회장 ‘겸직’에 무게를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은행들을 봐도 겸직을 하다 분리하는 쪽이었다”는 최 위원장의 발언 역시 이 같은 추측에 더욱 힘을 보탰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도 지주 회장 후보자로 ‘외부인사’들이 잇따라 거론된 것과 관련해 “언론에 밀어달라고 하는 자가발전도 많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특정인을 회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의견을 전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다음달 23일 열리는 이사회까지 우리금융 회장 후보를 정하고, 연말 주주총회 소집을 결정할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