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해 이후 실적 부진을 거듭하는 동안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차의 오랜 라이벌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올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동안 계속 적자를 내던 ‘미래차 대표주자’ 테슬라도 지난 3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비용 저효율' 한국車 후진하는데…日 도요타·美 GM·테슬라 잘 달리네
도요타자동차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6827억엔(약 6조9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늘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6573억엔)은 사상 최대치였다. 3분기(7~9월)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악재가 있어 이익 규모가 2분기보다 소폭 줄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꾸준히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매 분기 20억~3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 프랑스 르노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9억1400만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이익 규모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영업이익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2%, 0.8%였다. 도요타와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6~8%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3분기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4분기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3%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라며 “한국 자동차 회사의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M과 도요타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회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 노력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해외 자동차 공장 일부는 노사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2889억원)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4억2000만달러·약 4800억원)보다도 적었다. 테슬라는 한동안 적자를 내다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시장에서 성공한 결과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테슬라에 뒤진 건 사상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특화한 신생기업 테슬라가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라며 “자동차산업 주도권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