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랜드가 K뷰티로 둔갑한 까닭은
호주에 본사를 둔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수출을 확대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장을 지우는 데 사용하는 클렌징 퍼프 브랜드인 ‘페이스 헤일로’(사진) 얘기다. 국내 화장품이 K뷰티 바람을 타고 수출된 사례는 많지만 외국 브랜드가 ‘K뷰티’를 앞세워 다시 해외로 수출된 보기 드문 사례다.

25일 헬스&뷰티(H&B)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페이스 헤일로는 1월 말부터 지금까지 3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머리카락의 100분의 1 굵기 극세사로 만든 순면 퍼프 제품으로 별도의 클렌징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에 적셔 화장을 지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화장 지우는 일을 귀찮아하는 여성이 많은 데다 클렌징폼 등을 쓰지 않고도 색조 화장까지 잘 지워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호주 브랜드지만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도 품질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국내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면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가면 꼭 사와야 하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올해 노동절 기간(4월29일~5월8일)에는 올리브영의 명동 매장 4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페이스 헤일로는 미국과 호주에 거주하는 주부 두 명이 공동 개발한 브랜드로 지난해 6월 처음 출시됐다. 호주 유명 뷰티 유튜버인 클로에 모렐로가 자발적으로 제품 홍보에 나설 만큼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들도 ‘직구’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페이스 헤일로 제품을 한국에서 독점 판매하는 계약을 호주 본사와 체결했다.

페이스 헤일로는 한국 시장에서 제품 판매가 급증하자 ‘K뷰티’를 적극 활용한 홍보와 마케팅에 나섰다. ‘K뷰티’와 ‘메이드 인 코리아’ 문구를 넣어 포장지를 모두 교체했다. 겉포장을 바꾼 새 제품을 호주 미국 홍콩 뉴질랜드 등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중국과 영국에 새로 진출하는 데도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며 “해외 브랜드들은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K뷰티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