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0.6%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경제 호황을 이어가는 미국보다 올해 성장률이 뒤처질 전망이다. 선진국 문턱에 이제 막 진입하는 한국 성장률이 미국처럼 성숙한 선진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연율 기준)로 예상된다. 미국은 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환산한 숫자를 쓰는데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바꾸면 0.8~0.9% 정도다. 한국 3분기 성장률보다 0.2~0.3%포인트 높다. 올 2분기에도 미국 성장률(1.0%)은 한국(0.6%)을 크게 앞질렀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3년 만에 미국에 추월당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7%, 2.9%로 전망했다.

한국 성장률, 3년 만에 美에 추월당한다
‘미국보다도 낮은 성장률’은 흔한 일이 아니다. 1990년 이후 미국 성장률이 한국을 앞섰던 것은 1998년과 2015년 두 번밖에 없었다. 미국은 법인세 인하 등 적극적인 투자 활성화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고용 개선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고비용·저효율 경제 구조로 투자와 소비 등이 부진하며 너무 빨리 저성장 기조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은 한국 잠재성장률을 2.8~2.9%로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갈수록 낮아진다”며 “반도체 외에는 성장을 이끌 동력이 보이지 않아 경기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근 경기 흐름은 다른 선진국과도 대비된다. 한국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성장률이 각각 -0.2%, 1.0%, 0.6%로 후퇴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은 0.6%, 0.5%, 0.7%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초 부진하던 일본 경제도 2분기엔 0.7% 성장하며 한국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