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량 매도해 증시가 연일 고꾸라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지 않고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폭락 장세가 이어지면 달러화 환전 수요가 증가하고 국내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치솟는다.

외국인 '셀 코리아'에도 환율은 선방…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3조614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영향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1.8%나 떨어졌다. 하지만 원화가치는 2.4% 떨어지는 데 머물렀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4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원화가치는 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날엔 3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지만 원화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시장 안정 노력이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인민은행은 최근 5일 연속으로 역환매조건부채권을 사들이며 금융시장에 100조원 가까운 유동성을 공급했다. 주가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다. 위안화 가치도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 외환시장은 중국 증시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을 상쇄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속되는 수출 호조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수출을 통해 달러를 확보한 기업들이 환율이 오를 때마다 꾸준히 달러를 매도해 원화 가치 하락 속도를 줄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의 공격적인 유입이 환율 급등을 막는 데 한몫하고 있다”며 “이날도 1130원대 중반에 네고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이 1140원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셀코리아’ 심리가 다소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은 선물 시장에서 약세 심리를 노린 투기 세력이 일부 개입한 데 따른 영향도 있다”며 “이런 외부 요인 때문에 경기 흐름에 비해 낙폭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