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고교생도 창업을 위한 사업자 등록이 가능할까. 결론은 ‘부모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다’이다.

박예나 육육걸즈 대표는 전북 전주시에서 처음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 세무서를 방문했을 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적이 있다. 10대 창업이 흔하지 않아 담당 공무원조차 착각해 벌어진 일이었다. 박 대표는 부모님과 관할 세무서를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이상 방문한 뒤에야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그는 “10대부터 양계장 등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김홍국 하림 회장이 언급된 신문 기사를 들고 가 공무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고교 진학 대신 떡볶이 떡 사업을 시작한 홍연우 라이스블록 대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99년생인 홍 대표는 “식품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뿐만 아니라 식품영업신고, 통신판매업자 등록이 필요했다”며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불법이 아니라고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도 시청과 공무원을 찾아 비슷한 10대 창업 사례를 보여주며 설득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법률상으로 미성년자의 사업자 등록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으면 문제가 없다. 박경호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는 “민법상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아 사업자 등록을 마치면 모든 권리와 의무는 성인과 같은 행위능력을 지닌다”며 “사업상 발생하는 계약과 거래 행위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10대에 창업해서 성공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말 에드워즈는 16세이던 2006년 영국 런던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디지털 음악 방송사인 SB.TV를 설립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시 무명 가수이던 에드 시런을 세상에 소개했다. 에드 시런의 노래 ‘Shape of You’는 빌보드 핫100에서 12주 동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에드워즈는 이후에도 음반 기획과 마케팅, 영화 제작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23세 때 수백억달러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인 프레이저 도허티는 16세에 영국 초대형 유통업체인 웨트로즈에 슈퍼잼을 납품하면서 스타 창업가로 떠올랐다. 그가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과일잼은 세계 2000여 개 매장에서 연간 100만 병씩 팔린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