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성장의 버팀목인 투자가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정부가 제시한 연 2.9% 성장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닥 기는 성장률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400조234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2%로 곤두박질쳤다가 올 1분기 1.0%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엔 연속 0.6%에 그치며 저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성장률도 그나마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선방해 떠받친 결과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수출 견인효과는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는 정부가 돈을 푼 덕에 소폭 늘었다. 민간 소비는 0.6% 증가에 그친 데 비해 정부 소비가 1.6% 증가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가장 심각한 건 투자다. 건설투자는 6.4%, 설비투자는 4.7%가 줄어드는 등 두 분기 연속 ‘쇼크’ 수준을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분기(-6.5%) 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2.9% 성장률 전망을 달성하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다”고 말해 목표 도달이 어려워졌음을 시인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