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연간 1조원가량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방안대로라면 카드업계의 매출이 급감해 카드사와 밴(VAN·결제대행)사에서 대규모 인력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 1兆 낮추라는 당국…업계 '한숨'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초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 확정을 앞두고 25일 카드사들과 회의를 연다. 회의에선 금융위가 기존 수수료 대책에 따른 내년도 수수료 감소분 7000억원에 추가로 3000억~4000억원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8개 카드사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11조6784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8.6% 이상 줄이라는 얘기다.

카드업계는 기존 수수료 인하 정책만 해도 감당하기 버겁다는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크게 여섯 가지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가 확대된 게 대표적이다. 또 내년부터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게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엔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선이 기존 2.5%에서 2.3%로 내려갔고, 밴사 수수료 체계를 건당 제공하는 정액제에서 금액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바꿨다. 소규모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제도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상당 부분 수수료를 낮췄는데 더 낮추겠다는 것은 사실상 수수료를 받지 말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수수료에 계속 관여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은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구성하는 원가를 따져 적격비용을 산정,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면서 카드사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내년부터 카드사별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만 낮춰도 충분히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8개 카드사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6조724억원을 썼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23~25bp(1bp=0.01%포인트)를 낮출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포화된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마케팅 비용은 줄이기 어렵다며, 원가 인하 마지노선은 14bp까지라고 맞선다.

금융당국은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과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현재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8%, 중소가맹점은 1.3%다.

정지은/강경민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