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모든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경제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공포될 전망이다.

경영계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최저임금 2차 쇼크’라며 인건비 폭증을,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시행령으로 인한 산업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한꺼번에 16.4%나 올린 최저임금,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이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 역시 노동조합이 강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존중사회가 아니라 상위 10% 근로자들을 위한 ‘노총존중사회’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토요 유급휴일도 근로시간' 결국 강행…대기업 정규직만 더 웃는다
토요 유급휴일은 주로 대기업에만

개정안은 토·일요일과 공휴일 등 법정 유급휴일(주휴일) 외에 노사가 정한 유급휴일도 모두 최저임금 시급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근로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급휴일을 ‘사실상 근로시간’으로 간주하고 그만큼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얘기다. 주휴수당은 인정하되 최저임금 산정 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주 40시간·월 174시간)으로 한정하는 대법원 판결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1주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하루치의 추가 임금(주휴수당)을 주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의무이지만 토요일은 사업장마다 노사 협약에 따라 유급 또는 무급으로 다르게 정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의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같은 일을 하고도 사업장 사정에 따라 월 최저임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에서는 유급휴일이 많은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극화 심화다. 토·일요일을 모두 유급휴일로 정한 회사의 근로자들은 시행령 개정안대로라면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봉 4000만원을 받아도 최저임금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시급 계산 때 포함하면 분모에 해당하는 총 근로시간이 늘어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시급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급휴일 개념조차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들과는 무관하게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고액 연봉 근로자들만 혜택을 보는 셈이다.

불완전한 산입범위 개편으로 효과 반감

양극화를 부추긴 최저임금 정책은 시행령 개정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올려주겠다며 최저임금을 올해 16.4% 인상했으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1분위(하위 20%)의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7.6%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는 10.3%나 늘었다. 소득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5.23배로 10년 만에 최악이었다.

일자리도 줄었다. 올해 1~9월 최저임금과 밀접한 업종인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만9000명 줄었다.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정(산입범위 개편)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고액연봉 근로자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였으나 불완전한 개정으로 취지는 퇴색했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어느 정도 줄었으나, 정작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거의 없는 소상공인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게다가 산입 조건으로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의 일부만 포함하도록 해 격월로 지급하는 대부분 대기업은 법개정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격월 지급되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바꾸려면 단체협약을 변경해야 하는데 노조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노사문화와 임금체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대기업 정규직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며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최저임금 정책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