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산업은행의 ‘온렌딩(onlending)’ 대출 자금이 고(高)신용등급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금 사용처도 당초 취지와 달리 시설 투자를 위한 자금보다는 기업의 단기 융통 자금 위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온렌딩 대출이 회사 설립 5년 미만의 기업에 집행된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2798억원에 그쳤다. 전체 대출 자금(5조4242억원)의 5.2%였다. 반면 업력 20년이 지난 회사의 대출 금액은 2조5337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7%에 달했다.

'은행들 쌈짓돈' 된 산업은행 온렌딩 대출
온렌딩 대출은 성장 가능성은 높은데 민간 은행에서 대출을 꺼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신설된 정책 금융 제도다. 업력이 짧아 저금리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신용등급 ‘B~BBB’의 기업이 주 대상이다. 자금은 산업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최 의원은 “대출 심사 등이 다른 금융지원 제도에 비해 간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창업·중소기업엔 여전히 문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창업 기업의 시설 자금을 지원한다는 당초 목표도 희미해졌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전체 대출금 가운데 시설 투자를 위해 빌린 자금은 3862억원(7.1%)에 불과했다. 반면 단기 운용 자금 용도는 5조380억원(92.9%)에 달했다.

우량 기업 위주의 대출이 이뤄지다 보니 원리금을 갚지 못한 기업도 거의 없었다. 올해 산업은행의 신용위험 분담금은 2억원에 그쳤다. 신용위험 분담금이란 대출을 받은 업체가 원리금을 갚지 못했을 때 산업은행과 중개 은행이 책임지는 금액을 말한다. 온렌딩 대출은 공사와 중개 은행의 책임 비율이 반반이다.

전문가들은 중소·창업 기업을 위한 온렌딩 제도가 민간은행의 ‘쌈짓돈’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기존 우량 고객에게 이율이 일반 대출보다 0.5~1%포인트 정도 낮은 ‘선심성 대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