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에 부정적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받고도 올해 ‘초(超)팽창 예산’을 짠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 대부분이 재정지출 축소 또는 현상 유지 의견을 냈지만 재정 정책에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

재정지출 축소 여론에도…'팽창예산' 강행한 정부
기획재정부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가 재정운용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기재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4월 한국갤럽으로부터 국가재정 운용 전반에 대해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받았다. 설문조사는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일반 국민 1000명과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조사에서 ‘향후 5년간 정부의 재정지출 운용 방향’에 대해 일반 국민은 54.9%, 전문가는 63.0%가 ‘현 수준을 유지하되 분야별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축소해야 한다’(각각 20.8%, 5.0%), ‘대폭 축소해야 한다’(각각 5.3%, 3.0%)는 답변과 합치면 일반 국민은 81.0%가, 전문가는 71.0%가 ‘현행 유지 또는 축소’ 의견을 낸 셈이다.

‘재정지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재정 건전성 걱정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일반 국민 44.8%, 전문가 3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부의 지출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라는 답변이 각각 29.5%, 37.5%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받고도 지난 3월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짠 데 이어 8월에는 올해보다 9.7% 증가한 471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예산 증가에 버금가는 ‘슈퍼 예산’이다. 중기 재정운용계획도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7.3%씩 늘려 2020년부터 예산 500조원대 시대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28조5000억원인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022년 63조원까지 늘어나고, 국가채무는 같은 기간 708조2000억원에서 897조8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