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협력사에 필요한 인력을 미리 양성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협력사 취업희망자 교육을 중소기업까지 확대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포스코는 오는 22일 시작하는 4차 프로그램부터 교육 대상을 협력사에서 사업장이 있는 포항·광양 지역 중소기업까지 확대한다. 포스코 협력사 취업 희망자 교육생들이 전기용접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맡기로 했던 세계철강협회(WSA) 회장직이 브라질 철강사로 넘어갔다. 지난해 WSA 부회장에 선출돼 내년부터 세계 철강업계를 이끌어갈 예정이던 권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회장단 자격을 상실해서다.WSA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연례총회에서 브라질 국영 철강사인 게르다우의 안드레 요한 피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피터 회장은 내년 10월까지 회장직을 맡는다. 게르다우는 조강 생산량 순위 세계 18위 업체다. 포스코는 5위다.WSA는 1967년 설립돼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구로 꼽힌다. 전 세계 철강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170개 철강사와 관련 협회, 연구소 등이 회원사다.WSA는 매년 임기 3년인 회장단을 뽑아 1년차 부회장, 2년차 회장, 3년차 부회장 순으로 돌아가며 직책을 맡긴다. 피터 회장은 현재 세계 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고세이 신도 일본 신닛테쓰스미킨 회장, 작년 회장이었던 존 페리올라 미국 뉴코어 사장 등과 함께 회장단을 구성한다.권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WSA 연례총회에서 회장단에 선임되면서 부회장을 맡았다. 규정대로라면 올해 연례총회에서 WSA 회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갑자기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무산됐다. WSA 회장단은 회사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선임되는 만큼 권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7월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회장단 자격을 이어받지 못했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정권 교체 이후 포스코 회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는 탓에 한국 철강업계의 발언권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유전스(기한부 수입신용장)가 뭔가요?”2014년 3월 포스코그룹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에 취임한 최정우 부사장(현 포스코 회장)은 궁금한 게 많았다. 서류에 낯선 무역용어가 보일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까마득한 후배인 과장, 대리급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소주잔을 나누며 소통했다.‘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매출이 60조원에 달하는 국내 6위 대기업 포스코의 수장인 최정우 회장(61)의 좌우명이다. 일반적으로 모기업 임원이 계열사로 이동하면 낙담하거나 퇴사를 염두에 두고 업무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 회장은 달랐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계열사에 근무할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을 배울 기회”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회사 후배들에게 “선호하는 조직과 자리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50년 역사상 첫 재무통 CEO지난 7월 취임한 최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상 첫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다. 2015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는 철강업황 부진 속에 무리한 인수합병(M&A) 후유증까지 겹쳐 포스코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낸 시기였다. 그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강도 높은 경영쇄신에 나섰다. 건설과 종합상사 등 계열사에 근무한 경험이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그는 포뉴텍, 포스코LED 등 비핵심 계열사와 유휴 부동산을 과감하게 매각했다. 71개까지 늘어났던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181개이던 해외 계열사는 124개로 줄였다. 7조원가량의 재무 개선 효과도 거뒀다.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및 현지 철강사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포스코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해외 법인의 체질을 개선했다. 2015년 4억2000만달러 적자를 낸 해외 생산법인은 지난해 3억1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은 재무 전문가인 동시에 건설과 무역, 2차전지 등 비(非)철강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 전략가”라고 평가했다.경영노트 만든 준비된 CEO최 회장은 올 2월 2차전지(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 사장에 선임돼 본사가 있는 포항으로 내려갔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던 포스코보다 규모는 작지만 회사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는 36년간 포스코에 몸 담으면서 사내 각 분야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점과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우려에 대한 해결책, 다른 회사에서 배웠으면 하는 점 등을 차곡차곡 노트에 정리했다. 이대로 직장생활을 마감한다면 후배들에게 전해줘도 좋고, 더 큰 기회가 온다면 쓰임새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였다.권오준 회장이 사임을 발표한 지난 4월18일 밤. 1983년 입사 첫날 때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는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노트를 다시 꺼내들었다. 누가 새 회장이 되더라도 포스코를 잘 이끌어야 하고, 어려울 때 힘을 보태는 데 이 노트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포스코의 시대적 소명과 비전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경영쇄신 방안부터 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조직문화와 사업계획, 대북사업, 사회공헌 등 분야별로 전략안을 만들었다. 권 회장의 사임 발표 후 2개월여가 지난 뒤 최 회장의 ‘경영 아이디어 노트’는 한층 더 두껍고 촘촘해졌다. 회장 선출권을 쥔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 두 권의 경영노트였다.최 회장은 신입사원 때부터 포스코를 이끌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1983년 함께 입사한 동기생 75명이 꾸린 동기회 회장을 맡았다. 최 회장은 당시 동기들에게 “동기 회장을 맡았으니 나중에 꼭 회사 회장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최 회장은 “허황돼 보일 수 있지만 (회장이라는 꿈을) 자주 입에 올림으로써 자기 암시를 했고, 그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온 게 회장에 오른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철강·소재·인프라 45조원 투자최 회장은 ‘철강 그 이상의 100년 기업’을 목표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내년부터 5년간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에너지·인프라 등 주력 사업에 45조원을 투자하고 2만 명의 정규직을 새로 뽑기로 했다. 투자·채용 모두 1968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은 광양제철소 제3고로(高爐·용광로) 스마트화와 기가스틸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공장 신·증설 등 본업인 철강 부문에 26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소재 사업과 자원 개발 등 에너지·인프라 부문에도 각각 10조원과 9조원을 투자한다.최 회장은 신성장 전략에 대해 “양극재와 음극재, 리튬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2030년까지 시장 점유율 20%, 매출 15조원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8월 2억8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했다.최 회장은 남북한 경제협력 강화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달엔 남북 정상회담 특별방문단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포스코는 남북 경협사업 확대에 대비해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등이 참여한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포스코 대북사업 TF는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등 주요 원자재 수입과 철도·도로 등 인프라 사업 참여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최정우 회장 약력△1957년 경남 고성 출생△1976년 부산 동래고 졸업△1983년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1983년 포항종합제철 입사△2006년 포스코 재무실장△2008년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상무)△2014년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2017년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2018년 2월 포스코켐텍 사장△2018년 7월 포스코 회장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뜻하는 ‘위드 포스코(With POSCO)’를 새로운 회사 비전으로 제시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한다)’이라는 창립 이념을 뛰어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주주·임직원·고객사·협력사·지역 주민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사회·경제적 가치를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 회장은 취임 전후 ‘포스코에 러브 레터를 보내 주세요’와 포스코그룹 전 임원이 참여한 ‘개혁 아이디어 제언’ 등을 통해 사내외 의견을 수렴해왔다.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50년 출발’의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포스코 임직원뿐만 아니라 포항과 광양 등 사업장이 있는 지역 주민과 주주, 고객사, 협력사 등으로부터 3300여 건의 제안을 접수했다. 선진화한 지배구조를 굳건히 해달라는 의견부터 협력사와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해달라는 요청, 세대 간 협력 분위기를 강화해달라는 당부까지 다양한 제안과 충고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포스코는 이 같은 다양한 의견을 사업과 지역사회, 조직문화 등 3개 영역으로 분류해 △각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현장 중심, 창의적 일하는 방식 등으로 개혁 방향을 정하고 과제를 수립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개혁 아이디어와 건의 사항을 종합해 취임 100일(11월3일) 무렵 ‘개혁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최 회장은 조직문화 변화도 이끌고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운영해온 전략협의 회의체들을 통합해 ‘전략조정회의’로 간소화했다. 전략조정회의는 안건 발생 시에만 열고, 참석자도 관련 임원으로 한정해 회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