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바꾸는 것이 딥체인지(근본적 변화)의 출발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딥체인지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막을 내린 ‘2018 CEO세미나’에서다. 이번 CEO세미나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계열사 CEO와 임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세미나가 열린 2박3일간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사회적 가치 창출 실행력 제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 가속화 △인적자원(HR) 및 연구개발(R&D) 시스템 개선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딥체인지의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 회장은 CEO들의 토론을 단순히 참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세션은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혁신하는 것이 딥체인지”라고 설명했다.

각사 CEO들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 성장 및 투자 자원의 효율적 확보 방안도 논의했다. 글로벌 파트너십 대상과 시기의 정교한 선택, 자원 조달 방안의 고도화, 글로벌 핵심 인재 육성의 중요성 등이 거론됐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그룹과 계열사 사이의 자산 공유 등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조직과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룹과 계열사의 R&D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력 기반의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분야에서 집중 육성할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술 수요를 파악해 융복합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이번 세미나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조 의장도 지난 17일 개회 발언에서 “SK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블보텀라인 경영’(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내재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철학은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는 그랩, 투로, 쏘카 등 국내외 차량공유 기업들과 손잡고 환경오염 및 교통 문제를 줄이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투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 폐부자재로 패션 액세서리를 만드는 모어댄 등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주유소 내 빈 공간을 물류 인프라로 활용한 홈픽도 대표적인 ‘더블보텀라인’ 사례다.

SK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은 앞으로도 각 기업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