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 이후 나온 첫 성적표
중국산 제품에 관세 매기는
4분기엔 성장률 더 낮아질 것
"장기 둔화로 가는 상징적 지표
진짜 문제는 내년부터 시작"
"2020년엔 성장률 5%대 될 것"
고정자산투자 3개월째 5%대
위안화 가치도 22개월 만에 최저
증시 널뛰기에 자본유출 우려까지
中速성장 마감…低速성장 시대로
“중국발(發) 위기가 몰려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19일 올해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은 6.5%로 발표되자 많은 전문가는 이같이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추세에 있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선 중국 경제 위기론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지난 7월 미국과 중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뒤 나온 첫 번째 중국의 경제 성적표다. 시장에선 6.6% 성장을 예상했지만 중국 경제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지난달 24일 미국 정부가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감안할 때 4분기엔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분기 성장률 하락은 중국 경제가 장기 둔화세로 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는 연착륙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부터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 역시 내년에도 미·중 통상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2020년에는 중국 경제가 6%대 중반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속(中速) 성장 시대’를 끝내고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는 ‘저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투자가 부진하고 제조업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중국 경제는 두 자릿수 성장률로 고속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 연 6%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 처음으로 5%대로 떨어진 이후 3개월 연속 5%대에 머물렀다. 8월까지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하는 데 그쳐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9월엔 5.4% 늘어 소폭 개선됐지만 통상전쟁이 시작되기 전 기록했던 6~7%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9.4%로 내려앉은 소매판매 증가율도 6개월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개월 만에 최고치인 2.5%까지 올랐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경기가 후퇴하는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둔화 조짐도 뚜렷하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4개월 연속 전달 수준을 밑돌았다. 국유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도 지난달 50.0을 기록하며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에선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위축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도 요동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6% 오른(가치 하락) 달러당 6.9387위안으로 고시했다. 2016년 12월 이후 22개월 만의 최저치다.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6.9458위안까지 뛰었다.
전날 4년 만에 2500선이 무너졌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성장률 둔화 소식에 이날 오전 1% 가까이 추가로 떨어졌다가 장 후반에서야 반등했다. 오후 들어 류허 부총리와 이강 인민은행장, 궈수칭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증시를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낸 뒤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2.58% 오른 2550.47에 장을 마쳤다.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증시가 널뛰기를 하면서 중국에선 대규모 자본 유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은행 지급준비율을 네 차례나 내리고 최근엔 기준금리 인하까지 시사하는 등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중 통상 갈등 심화 등의 문제로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6.5%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투자 부진에다 미국과의 통상전쟁 심화 등으로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성장률 6%대 중반의 ‘중속(中速)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곧 5%대의 저속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발표했다. 2009년 1분기(6.4%) 후 9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6.6%에도 미치지 못했다.중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6.9%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각각 6.8%와 6.7%였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충격이 본격화하는 4분기에는 성장률이 6%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해 지난 8월(6.1%)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올 들어 9월까지 고정자산투자도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년까지만 해도 증가율이 10%를 웃돌았으나 그 뒤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상하이 및 선전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성장률 둔화까지 겹치자 중국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해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제1의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한국은 자본재 수출 등에서부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악을 기록하면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사상 최고로 치솟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면 한국의 수출과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9월 27.1%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는 2015년 26.0%에서 2016년 24.7%, 작년 24.8%로 다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다시 치솟고 있다. 정부는 수출 지역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고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대미(對美)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중국 의존도가 더 심해졌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우리 경제도 휘청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5%(예상치)에서 내년 6.2%로 떨어지면 한국의 전체 수출 증가율은 0.7%포인트 떨어지고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이다. 특히 올해 대중 수출 증가에는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의 호조가 크게 기여했는데 중국 제조업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점이 위험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차이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 7월 50.8, 8월 50.6, 9월 50.0 등 하향 흐름이 뚜렷하다.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중국의 3분기 성장률 6.5%는 예상치를 0.1%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라며 “향후 중국 성장세 둔화가 심해지면 생산, 수입 수요가 줄어 한국의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의 대중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그동안 한국 경기를 떠받쳐온 만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 국내 생산·투자 위축→고용 감소→소비 침체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김선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대중 수출에서 고부가가치 품목 비중을 늘리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부총리, 인민은행장, 은행·증권당국 수장 한날 언론인터뷰…"中경제 문제없어""양호한 경제환경 조성 정책 준비"…'부양' 기대감에 中증시 반등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 증시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고, 경제성장률까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안팎의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최고 경제 분야 당국자들이 일제히 나서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19일 중국증권보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다양한 원인으로 큰 폭의 이상 파동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펀더멘털과 유리된 현상으로서 금융시스템의 전체적 안정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궈 주석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 속 발전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며 "시스템적 금융위기도 완전히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18일에 전 거래일보다 2.94% 급락한 2,486.42로 거래를 마쳤다.이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30.68% 추락한 것이다.2006년 5월의 사상 최고점인 5,178.19에 비해서는 '반 토막'이 난 상태다.궈 주석은 많은 민영 기업의 주식담보대출이 주식가치 하락으로 청산 위협에 직면한 것과 관련해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에 사실상 '청산 자제령'을 내렸다.궈 주석은 "금융기관들이 과학적·합리적으로 주식 담보 대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주가 하락으로) 청산 기준에 다가서더라도 (채무 기업의) 미래 발전 가능성 등 요소를 고려해 실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그는 보험회사들이 우수한 상장사에 전략적 투자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보험사 자금의 증시 유입도 독려했다.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도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지방 정부들이 주식 담보 대출 청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민영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뜻을 나타냈다.최근 선전(深천<土+川>)시 등 중국 지방 정부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관내 상장사들의 주식과 채권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정책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인민은행에 따르면 이강(易綱) 행장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최근의 중국 증시 급락 현상이 투자자들의 심리에 의한 결과이며 중국 경제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행장은 "금융 리스크 예방 업무가 진전을 이뤄 레버리지 비율은 이미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경제의 내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그는 현재 중국 증시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역사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주가 급락 사태는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배치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아울러 이 행장은 민영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자금난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민은행이 향후 상황을 내다보는 가운데 정책 수단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인민은행은 지속해서 온건하고 중립적인 화폐 정책을 견지한 가운데 유동성을 안정적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의 안정적 발전, 양호한 경제·금융 환경 조성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중국 경제계에서는 이 같은 언급이 올해 4차례 단행한 지급준비율 하향 조정에서 더 나아가 경기하강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음을 재차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그는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30 국제은행 세미나'에 참석해 "만일 필요하다면 중국은 금리 정책이나 지급준비율을 조정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며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당 정치국원인 류허(劉鶴) 부총리도 '중국 증시 저평가' 주장에 가세하면서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적극 동참했다.그는 많은 국제 투자기관이 중국 주식의 평가가치가 낮은 상태로 여기면서 중국 주식에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고 있다면서 중국 증시의 최근 조정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경제분야 최고위급 관료들의 잇따른 메시지가 최근 증시 부양 의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날 중국 증시는 부진한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에도 큰 폭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58% 급등한 2,550.47로 거래를 마쳤다.선전성분지수 역시 2.79% 급등 마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