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법원 소송…화웨이 "도둑맞은 기술 보여달라" 이례적 청구
무역전쟁 와중에 中화웨이-美벤처기업 "기술 훔쳤다" 법정공방
중국의 지식재산 절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 기업 간의 기술 도둑질 소송까지 불붙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화웨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의 지원을 받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 CNEX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연방 지방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는 상대방이 기밀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CNEX가 기술을 훔쳤다며 CNEX의 기술정보 일체를 받아 열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CNEX는 화웨이와 화웨이의 미국 법인격인 퓨처웨이가 CNEX의 기술을 훔치기 위한 다년도 계획에 관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화웨이가 CNEX와 한때 자사 직원이던 이렌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CNEX의 맞소송이다.

분쟁의 중심에는 컴퓨터의 고속 보조기억장치인 SSD와 관련한 기술이 있다.

SSD는 인공지능이나 고도로 향상된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장치다.

CNEX는 SSD에 특화한 기술 덕분에 데이터 저장과 클라우드 플랫폼 분야의 대형업체인 MS, 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렌황은 실리콘밸리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한 중국계 미국인인데 SSD 기술 보유자로 2011년 퓨처웨이에 채용됐다.

그는 자신으로부터 SSD 기술을 사라는 제안을 퓨처웨이가 거부하고 고용계약에 기술이전을 넣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렌황은 퓨처웨이의 그런 시도를 차단했고 퓨처웨이에 기업가정신이 없다고 보고 2013년에 퇴사했다.

이후 이렌황이 CNEX를 공동 설립하자 화웨이는 SSD 기술을 얻으려고 거짓으로 고객 행세를 하는 등 CNEX를 계속 감시해왔다는 게 CNEX의 주장이다.

나중에 화웨이는 CNEX와 이렌황이 중국 기술을 훔쳤고 자사 직원 14명을 채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CNEX는 해당 직원 14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웨이가 주장하는 음모론과는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화웨이는 소송 상대로부터 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절차를 이용해 CNEX의 기술문서 전체에 대한 열람을 이달 초 청구했다.

청구된 기술문서에는 공학기술 세부 설명서, 실험계획, 소스코드 디자인 문건, 소스코드 흐름 도면, 하드웨어 디자인 문건·도식,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버그 상태 보고서, 기술인력 업무 배정, 고객 생산품 배달정보, 생산 일정 등이 포함됐다.

WSJ은 중국 기업이 절도를 주장하며 미국 사법체계를 활용해 특정 기술에 접근하려는 점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통신장비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나 2012년부터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미국 의회가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가 제작한 부품이 중국이 미국인들을 감시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의회는 군사, 정치, 경제적으로 이뤄지는 중국의 도전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기 때문에 화웨이와 ZTE에 대한 심층견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