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엔진결함으로 화재"…현대기아 "소명하겠다"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미국에서 대대적인 리콜을 했던 현대·기아차가 이번엔 같은 엔진의 화재 논란에 휘말리면서 청문회까지 불려가는 '악재'를 맞았다.

18일 업계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는 현대·기아차의 미국 법인 최고경영진에 대해 다음 달 14일 열리는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출석 요구는 미국 소비자들이 신고한 현대·기아차 차량의 엔진화재와 관련해 원인을 파악하려는 게 목적이다.

최근 미국 내 비영리 자동차 소비자단체인 CAS(Center for Auto Safety)는 지난 6월 이후 103건의 현대·기아차 차량화재 민원이 안전당국에 제기됐다고 밝히면서 약 300만대를 즉각 리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AS는 특히 지난해 기아 쏘울 차량에서 충돌과 관계없는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를 문제 삼았다.

ABC뉴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작년 4월 오하이오 주(州)에서 한 40대 남성이 2014년식 쏘울 차량에 시동을 건 직후 차에서 불이 나 숨지는 사고가 났다.

CAS는 지난 6월 2011∼2014년식 현대 싼타페와 쏘나타, 기아 옵티마와 소렌토 등 4개 차종에 대해 엔진화재 관련 결함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청문회 출석을 요구한 미 상원 민주당 빌 넬슨 의원도 나서서 조사를 촉구했으나 NHTSA는 지난 8월 넬슨 의원 측에 "지금까지 발생한 차량화재가 일정한 경향성을 띠지 않아 더는 조사를 벌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처럼 NHTSA가 조사를 중단하자 이에 반발한 CAS와 넬슨 의원이 쏘울 화재 사망사고를 내세워 청문회를 추진한 것이다.

CAS는 일련의 차량화재를 현대·기아차가 앞서 미국에서 진행한 세타2 엔진 관련 리콜과도 연관 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과 지난해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2011∼2014년식), 싼타페(2013∼2014년식), 옵티마(2011∼2014년식), 쏘렌토(2012∼2014년식), 스포티지(2011∼2013년식) 등 총 199만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당시 리콜 사유는 엔진 소음 및 진동과 주행 중 시동꺼짐현상 등이었는데, 해당 조처가 불충분해 차량화재로 이어졌다는 게 CAS의 주장이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청문회에서 차량화재가 결함과는 관련이 없다는 소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문제가 된 차량의 화재 부위나 원인이 모두 다른 데다 관련 민원 100여건을 해당 기간의 차량 판매 대수와 비교하면 그 비율이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쏘울 사망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치사량의 마약을 흡입한 상태였고 발견 당시 정차된 차 안에서 가속 페달을 과하게 밟고 있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변속기 과열에 따른 화재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근거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상무위원회로부터 현지 경영진의 청문회 참석을 요청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일부 비영리단체의 문제 제기 등에 따라 의회가 진행하는 통상적 절차로 이해하고 절차에 따라 합당한 소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美청문회 불려가는 현대·기아차…차량화재 논란 '악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