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은행이 11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일각에선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경기침체 우려가 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은이 이날 2018~2019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나 깎은 상황이어서 동시에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금리 동결로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금융불균형 해소 등을 이유로 연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던진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동결로 유지하면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한은엔 부담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대표 경제 전문가로 이뤄진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9명이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유력하게 봤다.

◆금리는 동결…인상 신호는 강해져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가 11월 인상을 확실시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1월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고,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천재지변만 아니면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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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선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두 명 나온 점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분류되는 이일형 금통위원이 지난 7월 이후 석 달 연속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데 이어 고승범 위원도 이날 소수의견에 가세했다. 금통위에서 복수의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2015년 3월 정해방, 문우식 당시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이후 처음이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공식적인 소수의견은 두 사람이지만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금통위 전반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다음달에는 행동에 나서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강하게 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도 금리 인상 의지가 엿보였다. 한은은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계속 포함돼 있던 ‘신중히 판단’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제 행동에 나설 때’라는 점을 행간에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총재도 “금융안정과 정책 여력 확보에 유념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책 여력 확보란 그나마 경기가 덜 나쁠 때 금리를 올려둬야 나중에 급격히 악화될 때 인하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융안정에 대한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한 점도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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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도가 변수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최근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께는 금리 인상 여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 같은 이유로 응답자 중 유일하게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주 실장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나 낮춘 건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상당히 안 좋았다는 얘기”라며 “이 같은 추세가 4분기까지 이어진다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등의 변수가 11월이 되면 더 완화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11월 인상이 유력하지만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서민준/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