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부동산 투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그간 후하게 적용해 온 예외승인 사례 및 한도를 전면 폐지하고, 임대소득 산정 시 ‘추정소득’ 활용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열린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에서 “금융회사가 그동안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를 운영해 왔으나 일선 창구에서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발견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TI는 부동산 임대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등 주택은 1.25배, 비주택은 1.5배가 넘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RTI 규제를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금까지 4개 시중은행에서 RTI 기준 미달로 대출이 거절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더욱이 은행들은 기준 초과에 따른 예외취급 한도를 신규 취급액의 최대 30%까지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설정하고, 이 범위에서 RTI 기준에 못 미쳐도 대출을 승인해주도록 한 예외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RTI의 임대소득을 계산할 때 추정소득 활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신규 상가 분양, 신축 건물 구입 등으로 임대소득을 산출할 수 없는 경우 엄격한 요건을 따져 추정소득이 허용된다.

다만 현행 RTI 비율은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RTI를 높이면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임대업자가 임대소득 증가를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임대료를 올릴 경우 서민·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김 부위원장은 “비율의 추가 조정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효과 등을 보면서 추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급증하는 카드사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카드사 신용대출은 카드론에 비해 충당금 등 관련 규제가 완화돼 적용되고 있어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업계는 신용대출 상품이 규제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가계대출 급증 원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