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배를 짓는 데 쓰이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신조선가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달 일반 유통용 후판 가격은 t당 76만원으로 작년 평균 가격(64만5000원)보다 17.8% 올랐다. 조선업 침체가 극심했던 2016년(54만4000원)과 비교해선 39.7% 뛰었다.

선박 가격 상승에도 조선사 '속앓이'
후판 값은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조선사가 건조 중인 선박들이 배값이 낮았던 2015~2016년 수주했다는 것도 부담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신조선가는 이달 들어 9000만달러를 웃돌고 있지만 2015~2016년엔 8150만~8450만달러에 그쳤다. 후판값이 t당 5만원 오를 때마다 VLCC 원자재 비용은 15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조선업계는 추산했다.

2년 전 수주한 VLCC를 건조 중인 한 대형 조선사 재무담당 임원은 “건조 이익이 100만달러(약 11억원)가량인데 2년 전보다 후판값이 t당 20만원 올라 원자재 비용이 60억원 정도 증가했다”며 “조선업은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커 원자재값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3분기(7~9월)에도 각각 560억원과 620억원가량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을 생산하는 철강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조선업계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후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다.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때 t당 100만원을 웃돌던 후판 가격은 2015년 이후 t당 50만원 선으로 반토막 났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에서 수입한 후판 가격도 국내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무리한 인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후판사업에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조선업계를 배려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며 “적자를 내면서도 생산해 팔던 후판 가격을 이제 겨우 정상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