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치열한 '中企 대통령' 선거…출마 예정자 5人 출사표 들어보니
‘360만 중소기업인의 대표, 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뽑는 선거가 내년 2월28일 치러진다. 예비 후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관리사무실’을 열었다. 내년 선거 때까지 불법 활동을 단속하는 게 주 업무다. 선거 분위기가 과열 혼탁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선거관리사무실 개소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중앙회 직원들은 말한다.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협동조합 이사장은 5명. 600명에 달하는 선거권자인 이사장의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움직임은 벌써 시작됐다. 중소기업인들은 중앙회장의 자질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전문성과 참신성 △외풍에 시달리지 않는 회사의 안정성 △‘중소기업 대통령’으로서 사회적 인지도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와 기업가정신 △통일 시대 대비 및 각종 중소기업 정책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 등을 꼽았다.

한국경제신문은 중앙회장 선거가 정책과 능력을 중심으로 인물을 선택하는 이벤트가 돼야 한다고 보고, 이들로부터 자신의 사업과 중앙회의 역할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예비 후보들은 △제조업 중심의 경쟁력 강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등 관련 기술 도입 △남북한 경협 활성화 △대·중소기업 간 공정 경쟁 여건 마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했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8년 회장 경험 살려 中企 부활 이끌 것"

“제이에스티나는 선방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소기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제 23·24대 중앙회장 △전직 회장으로 높은 대외 인지도
△제 23·24대 중앙회장 △전직 회장으로 높은 대외 인지도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63·사진)은 제이에스티나뿐 아니라 중소기업계 전반의 전망까지 곁들여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직을 떠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업계 전반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많다고 했다.

올해 창립 30년을 맞은 제이에스티나는 핸드백 화장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종합패션업체로 성장했다. 시계만 고집했다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제이에스티나의 전신은 1988년 설립된 손목시계회사 로만손이다. 일찌감치 수출에 나서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도 잘 넘겼다. 2003년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를 선보였고 2011년에는 핸드백 제품도 출시했다. 2016년 사명을 제이에스티나로 변경했다. 제이에스티나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이용자가 70만 명을 웃돈다. 이 덕분에 온라인 매출이 30%에 달한다.

제이에스티나는 중국 일본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시 공장을 가동하겠다고 했다. 제1대 개성공단협의회장을 지낸 김 회장은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한 경협으로 북한을 개방으로 끌어낼 간접 수단인 데다 중소기업으로선 어려운 공장 가동 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중소기업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직격탄을 맞은 게 ‘뿌리산업’”이라며 “새로 주물조합 이사장을 맡은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최근 경남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금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를 1년으로 연장해야 주 52시간 근로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8년간 중기중앙회 회장을 지냈다. 내년 2월 회장 선거에 재도전한다. 김 회장은 “개별 기업 운영도 넓은 의미에서 사회봉사지만 업계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활동도 사회봉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렇게 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며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잘 협업해 어려운 업계를 이끌 리더가 절실하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원재희 프럼파스트 회장 "스마트공장 조성해 지방 협동조합 활성화"

△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앙회 부회장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 선도
△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앙회 부회장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 선도
원재희 프럼파스트 회장(62·사진)은 ‘스마트팩토리 전도사’로 불린다. 2016년 스마트팩토리 사업설명회를 듣고 회사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확신했다. 그해 말 관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내부에 각종 센서를 장착해 재고 물량, 품질 불량 여부 등을 실시간 분석해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1992년 플라스틱 배관 전문기업 동양프라스틱을 세운 원 회장은 2001년 ‘배관(plumbing)’과 ‘빠르게(fast)’라는 영어 단어 합성어인 프럼파스트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이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주요 제품은 급수급탕 및 난방용 폴리뷰틸렌(PB) 파이프, PB 이음관, 오배수관용 폴리프로필렌(PPF) 파이프 등이다.

원 회장은 충북 청주의 한 산업단지 부지 3만3000㎡를 매입, 내년 말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세종시 공장을 이전해 제대로 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할 계획이다. 그는 “물류시스템까지 체계적으로 갖춰 스마트팩토리의 모범 사례를 선보일 것”이라며 “현재 1~2% 수준인 불량률이 제로(0)에 가까워지고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공장 신축과 신제품 멀티레이어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원 회장은 3년6개월 가까이 중앙회 부회장(기획분과위원장)과 4차산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계를 위해 할 일이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30년 기업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원 회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스마트팩토리 조성이다. 스마트팩토리와 접목해 지방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022년까지 스마트팩토리 2만 개를 조성하기로 했고 중기중앙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5년간 매년 200억원씩 투입해 2500개 기업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할 계획이다.

원 회장은 “지금은 제조업 스마트팩토리에만 관심을 두지만 유통업 정비업 등 서비스 관련 분야에서 물류 시스템 개선과 관련한 스마트팩토리 지원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업종의 생산성과 품질을 개선할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 회장은 “협동조합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규제 개혁과 함께 공동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 "中企 문제는 일감 부족…부실화 막겠다"

△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전 중앙회 부회장 △소통·융합의 중소기업 전문가
△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전 중앙회 부회장 △소통·융합의 중소기업 전문가
지난 6월 산업용 중전기기업체인 광명전기가 ‘월드클래스 300’ 업체로 선정됐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300개를 경쟁력 있는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59·사진)은 “지난해 1051억원이던 매출을 5년 뒤 25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인력도 80명가량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55년 설립된 광명전기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받아 다시 공급해주는 수배전반, 고압가스절연개폐장치(GIS), 동력제어반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1982년 광명전기에 입사해 10여 년 근무한 이 회장은 독립해 한빛일렉컴을 설립·운영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광명전기는 사세가 기울어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2003년 광명전기의 구원투수로 나서 회사를 인수했다.

그는 연구개발(R&D) 규모를 매출의 5%까지 늘려 배전반과 GIS만 취급하던 광명전기를 차단기, 개폐기, 태양광발전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생산하는 종합 중전기기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2000만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피앤씨테크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광명에스지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에 나가 고배를 마셨다. 내년 회장 선거 재도전에 대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소기업계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정책에도 반영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소기업계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했다.

이 회장은 “300명 이하 중소기업은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는데, 탄력근로제를 9개월~1년가량으로 늘려 신축적으로 근무하게 해야 한다”며 “고객사에 정해진 납기일에 맞춰 납품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못한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일감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을 규정하는 매출 기준을 완화하고 협동조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업종별로 매출 400억~1500억원인 중소기업 기준을 1000억~3000억원으로 완화해야 독일 일본 등 글로벌 강소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며 “2억1000만원 이하 수의계약 사업은 협동조합에 맡겨 어려운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정치권 네트워크 활용해 현장목소리 전달"

△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앙회 부회장 △폭넓은 정치권 네트워크
△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앙회 부회장 △폭넓은 정치권 네트워크
1992년 설립된 한용산업은 자주식 주차장으로 불리는 주차빌딩을 짓고 주차관리 시스템을 설치하는 주차설비업체다.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55·사진)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20대 후반 창업한 회사다. 이 대표는 지난해 한용산업 매출 18억원을 포함해 관계사 전체로 9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심각한 국내 대도시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주차장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립과 단독주택지 주차난이 심한 서울은 구청이 공용주차장을 많이 건립해야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완성차업체가 주요 지역에 땅을 사서 공용주차장을 짓고,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에 적극 협조하고, 주차설비업체가 협업하면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에 근린생활시설 30%를 넣을 수 있어 저렴하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07년부터 4년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맡은 뒤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정계에 입문했다가 2016년부터 다시 중기중앙회 정무위원장 겸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창업 몇 년 뒤 겪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는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체감했다”며 “현장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대안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기중앙회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협업과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의 공동 행위가 담합이라는 이유로 금지돼 있지만 법과 제도 내에서 허용해야 하고 중소기업이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힘든 이유는 생산성은 낮은데 인건비 상승으로 가게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정책의 속도 조절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회장이 중소기업계의 대변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네트워크 및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을 세 번 맡았던 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무조건 약자라거나 떼를 쓰는 시절은 지났다”며 “개별 기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추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미래 지향적인 부분에 기여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IT 전문가 강점…4차 산업혁명 대비 적임자"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앙회 부회장 △IT전문가로 부회장 12년(3연임)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앙회 부회장 △IT전문가로 부회장 12년(3연임)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63·사진)는 휴대폰 등장으로 인한 기업 흥망을 체험한 기업인이다. 그는 중소기업의 산적한 현안을 시급히 해결해야 내수 침체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1996년 중계기 유선통신 등 통신장비개발업체인 세진텔레시스를 창업했다. 휴대폰이 나온 뒤 업종을 전환, 휴대폰 키패드를 제조해 LG전자와 KT 등에 공급했다. 2008년께 중국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장비를 독자 개발하면서 중국 수출이 막혀 다들 고전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고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키패드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가 적지 않았다. 세진텔레시스는 당시 살아 남은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주 대표는 2010년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등 생산과 건물 통신설비 공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LED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포화 상태였다. 지난해 매출 40억원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규모 공급 계약을 추진하며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 이사(2004~2007년)를 거쳐 2007년 3월부터 12년 동안 부회장을 3연임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2003년 11월 이후 5연임에 성공했다. 중기중앙회 ICT산업위원회 위원장과 회원자격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갈 중소기업에 필요한 앞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중소기업계의 상황을 야구에 비유해 ‘9회말 위기’라며 구원투수론을 내세웠다. 최저임금에 대해 “제조 현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임금이 인상돼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조달 물품에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결정하거나 최대 근로시간을 결정하는 법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업원을 줄이거나 회사를 분리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고용 참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 침체 국면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