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랄라블라…
H&B 스토어 'K뷰티 성지'로

매장 1400개…5년 만에 세 배↑
다양한 브랜드·트렌드 즉각 반영
올리브영 작년 매출 1조4360억
3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미샤·네이처리퍼블릭…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부진 늪'

경쟁 심화 속 中 관광객 감소
오프라인 위주 판매도 위기 자초
스킨푸드 작년 영업손실 98억
이달초 결국 회생절차 신청
16일 서울 명동에 있는 H&B 스토어 올리브영 앞을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6일 서울 명동에 있는 H&B 스토어 올리브영 앞을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강남역 인근의 올리브영 본점은 젊은 여성들의 화장품 쇼핑 ‘성지’다. 4층짜리 대형 매장의 1층 전체가 색조 화장품으로만 구성돼 있다. 백화점에서 파는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만 접할 수 있던 신생 브랜드까지…. “강남 올리브영엔 없는 화장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년간 이 매장엔 5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헬스&뷰티(H&B) 스토어가 화장품 유통 시장을 급속히 바꿔놓고 있다. H&B업계 1위인 올리브영을 비롯해 랄라블라, 롭스 등이 다양한 화장품을 판매하며 매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H&B 스토어가 증가함에 따라 한때 길거리 화장품 시장을 장악했던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견 로드숍 브랜드인 스킨푸드가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화장품 유통시장 재편…H&B 스토어 '위세'에 1세대 로드숍 '흔들'

길거리 화장품 시장 장악한 H&B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 신세계백화점의 부츠 등 국내 H&B 스토어 매장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1427개로 5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H&B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2010년(2000억원)보다 8.5배 성장했다.

H&B 스토어가 화장품 쇼핑의 메카로 부상한 이유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번에 비교해 살 수 있어서다. 기존 로드숍 매장은 해당 브랜드 제품만 구매할 수 있다. 이와 달리 H&B 스토어에서는 맥, 크리니크 등 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던 유명 브랜드와 SNS에서만 판매하던 신규 브랜드가 모두 진열돼 있다. 아이소이 메디힐 등 과거 유명하지 않던 화장품업체들도 H&B 스토어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H&B 스토어를 찾는 고객층이 20대에 서 30~40대까지 확대되면서 올리브영의 매출은 2015년 7603억원에서 지난해 1조4360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81억원에서 68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리브영 매장 수는 9월 말 기준 1100개로 1세대 로드숍 대표 주자인 미샤보다 1.5배가량 많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제품에 반영한 것도 H&B 스토어의 성공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인기 브랜드가 스킨케어, 색조 등 제품별로 다른 경우가 많다”며 “특정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로드숍과 달리 몇천원대부터 5만원이 넘는 프리미엄급 상품까지 두루 갖춘 것이 H&B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유통시장 재편…H&B 스토어 '위세'에 1세대 로드숍 '흔들'

안팎으로 위기 겪는 로드숍 화장품

H&B 스토어가 길거리 화장품 시장을 장악해가면서 ‘잘나가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년 수천 개의 신규 화장품이 쏟아지면서 브랜드 간 경쟁까지 치열해졌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해 2010년 전후로 전성기를 누렸다.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등은 해외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고, 국내 매장도 빠르게 늘렸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고 이듬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2년 매출 4522억원을 올리며 정점을 찍은 미샤는 2015년엔 4078억원, 지난해엔 3732억원까지 매출이 줄었다. 특히 H&B가 출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2015~2017년 1세대 로드숍들은 대부분 매출 부진을 겪었다.

이 중 스킨푸드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2013년 매출 1746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지난해 1269억원까지 매출이 감소했고, 9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결국 올 들어 협력업체에 납품대금 2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자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스킨푸드는 현재 공장 부지 등을 가압류당했고, 인건비 문제로 주요 상권 매장의 직원을 해고해 매장 문도 닫은 상태다.

한 중견 로드숍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밖으로는 메르스, 사드 등으로 타격을 입은 데다 업계 내부에선 저가형 온라인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며 “여기에 올리브영 등 H&B 스토어가 급성장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는 ‘눈 뜬 상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안효주/민지혜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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