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끝내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4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되살아난 한국GM이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극심한 노사갈등에 휘말리게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한국GM 지부(한국GM 노조)는 15~16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 1만234명 중 889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800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파업 찬성률은 78.2%에 달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중노위가 오는 22일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한다.

한국GM 노조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계획을 파업 명분으로 내세웠다. GM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별도 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를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 및 R&D 분야를 따로 떼어낸 뒤 기존 생산 법인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회사 측은 한국 철수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R&D 부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본사 계획을 왜곡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이 둘로 쪼개지면 조합원 수가 줄어 노조 힘이 약해질까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조합비로 무급휴직자의 생활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조합원 수가 줄면 1인당 부담 비용이 늘기 때문에 법인 분리를 반대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법인 분리를 강하게 반대해 회사 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뒤 자신들이 원하는 안건과 ‘빅딜’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GM 본사에서는 한국GM의 경쟁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파업은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빌미를 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