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前 부총리, 담대한 도전을 위한 조건…다음 선거 준비하는 정치꾼 말고, 다음 세대 걱정하는 정치인 나와야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공직생활 시작은 한국경제신문 창간 시점과 비슷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막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진 전 부총리는 “한경이 한국 경제 성장사를 기록해왔듯이 나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온몸으로 뛰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우리 경제의 오늘을 만든 주역으로서의 자부심이 인터뷰 내내 묻어났다.

진 전 부총리는 인터뷰가 끝나고 재차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몇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걸어왔다. 그는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떻게 일으켜온 경제인데, 여기서 주저앉아선 안 된다”며 “모든 경제 주체가 경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즉생 각오로 다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각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지켜야 할 본연의 역할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엄중한 현 상황에서 철저한 미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부총리는 “담론만 앞세우지 말고 실용,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념과 진영논리를 넘어서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영자들에게도 자성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고(故) 정주영, 이병철 회장이 가졌던 산업보국의 창업자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또 “기업 스스로 정부에 책잡히지 않도록 갑질 척결, 부의 부당승계 금지 등 10가지 정도의 공정·투명·책임경영을 선제적으로 다짐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뒤 실천하라”고 했다.

노동조합 역시 노동 존중만 앞세우지 말고 경영 존중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은 산업화 후기가 아니라 지식정보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르는 시기임을 인식하고 노동운동도 새 시대에 걸맞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반성이 있어야 이 모든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은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30년 전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며 “후년이면 벌써 다음 총선인데,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꾼이 되지 말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정치가가 몇 사람이라도 있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 전 부총리는 도전과 혁신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이렇게 말을 맺었다. “한국인의 창의성과 융통성은 세계 1등입니다. K팝 방탄소년단(BTS)을 보세요. 이게 한국인의 끼 아닙니까. 서로 인정하고, 기를 세워주면 거칠 것이 없어요. 신뢰·소통·통합의 리더십에 답이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