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회 각국 통화당국 '개도국 딜레마' 논의
"금융혼란 막으려는 금리인상·경상수지흑자 부작용"
신흥국, 외자유출 공포에 장기성장 저당 잡힌다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신흥국들의 정책적 노력이 스스로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는 신흥국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신흥시장 위기를 논의했다.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이탈, 신흥국 통화가치가 추락해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완화정책의 단계적 철회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신흥국들은 터키나 아르헨티나에 닥친 금융혼란이 자국으로 전염될 것으로 우려해 금리 인상과 같은 대응책을 시행했다.

신흥국 정책 입안자들은 신흥시장에서 아직은 투자자들이 더 취약한 국가와 더 강인한 국가를 구분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아르헨, 터키는 통화가치가 내려앉아 국가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으나 다른 신흥국 통화는 그만큼 저평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안 호세 에차바리아 콜롬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시장이 얼마나 더 오래 좋은 쪽과 나쁜 쪽을 차별할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정부가 과격한 정책 결정으로 금융시장 동요를 막을 수 있겠으나 그 때문에 자국을 넘어 세계 전체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억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리를 올려 지출을 통제함으로써 성장 가능성을 훼손할 것으로 관측됐다.

신흥국들이 발전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필요한 때가 있지만 금융시장을 지키려고 억지로 흑자를 유지하게 된다는 점도 장기적 성장에 부정적인 면으로 지목됐다.

수바시 찬드라 인도 재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투자가 필요한 신흥국들에 일부 경상수지 적자를 기대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WSJ는 올해 들어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인상 때문에 신흥국 주식과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신흥국이 직면한 이런 딜레마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출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본유출 때 빚어지는 불안정성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안드레스 발라스코 런던정경대 교수는 한국과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이 적자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자본이 더 빨리 돌아 그런 전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발라스코 교수는 "올바른 정책을 모두 지닌, 반듯한 국가조차도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 높은 투자, 고성장의 경로를 따르기는 매우 힘들다"며 "이런 경로를 가려면 자본이 필요하지만 그 자본흐름은 미덥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2분기 경기후퇴가 발생한 뒤에도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했다.

외자유출을 막으려던 그 조치 때문에 경제가 긴축됐다.

남아공 랜드화의 가치는 달러와 대비할 때 올해 15% 가까이 떨어졌다.

디와 귀니군도 필리핀 중앙은행 부총재는 필리핀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니군도 부총재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실물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