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11월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에 출연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은 논의할 것이 많다”며 “그러나 (회담 개최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G20 정상회의는 11월30일과 12월1일 이틀간 열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복수의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 정부에 정상회담 추진 결정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에선 무역분쟁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커들로 위원장이 회담 개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중국 측에서는 류허 경제부총리가 회담 준비를 이끌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중국과 무역전쟁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와 관련해 “중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경제는 상당히 침체했고 내가 하고자 한다면 할 게 많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협상을 바라지만 아직 타결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말 '무역전쟁 담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중국)은 아주 오랫동안 잘 살았고 솔직히 말해 미국인이 멍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국인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미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부추겼다고 비판하며 “이제 그것은 끝났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언급하며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줄이는 문제를 넘어 패권전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산업스파이 활동을 앞세운 기술탈취와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을 포위하는 ‘반(反)중국 무역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기존 NAFTA를 대체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합의하면서 중국을 겨냥해 ‘비(非)시장경제와의 FTA 체결 배제’ 조항을 신설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같은 조항을 유럽연합(EU) 및 일본과의 무역협정에도 적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중산 중국 상무부장(장관급)은 전날 성명에서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에 맞설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7~8월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지난달에는 추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한 데 이어 267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 제품 전체가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지난해 약 1300억달러)의 85%에 해당하는 1100억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매기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