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충격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1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40전 급등(원화 가치 하락)한 1144원40전에 마감됐다. 지난해 10월10일 1145원7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1144원으로 '껑충'…1년 만에 최고
그동안 원화는 최근 신흥국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의 금융 불안이 이어지면서 해당국 통화가치가 하락했고 중국 위안화 가치 역시 미국 통상 압박에 따라 흔들렸다. 한국은 지난 6월 중순 신흥국 위기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1070~108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이 1120원 안팎까지 뛰었지만 이후에는 4개월 가까이 박스권을 지키며 비교적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1.75~2.00%에서 2.00~2.25%로 상향 조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한국도 외화 유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들어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5원10전 뛰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불안이 커지자 지난 4일 경제동향 간담회를 열고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오는 15일께 미국이 중국을 교역촉진법상 심층 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외환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한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비교적 견실한 대외 건전성을 감안하면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증시 조정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한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낮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가시화되고 있어 환율 오름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