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금리가 고공비행을 거듭하자 순항하던 미 증시도 결국 요동쳤다. 신흥국 불안을 부추겨온 미 금리 인상이 월스트리트 자금 흐름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에 “미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정 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까지 홍수를 이루면서 미 금리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29%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08% 폭락했다. 많이 오른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바클레이즈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게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다 급등한 국채 금리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날 오후 2시 10년물 미 국채 입찰 결과가 발표되자 주가 폭락세가 본격화됐다. 국채 발행금리가 연 3.225%로 높게 결정되고 응찰 경쟁률이 2.39배로 지난 1년 평균인 2.52배보다 낮게 나온 영향이 컸다. 최근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연 3.2%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도 매입 수요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채금리 뛰자 요동친 美 증시…트럼프 "Fed가 미쳤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위터에 “어둠 속 빙산이 갑자기 타이타닉호를 강타한 것처럼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 속에 2020년의 막대한 재정위기를 맞닥뜨릴 것”이라고 썼다. 미 재무부는 올 하반기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한 769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날 장중 연 3.24%를 웃돌았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 막판 주가가 폭락하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전날보다 3.8bp(1bp=0.01%포인트) 내린 연3.168%로 마감했다.

시장 불안은 커지는 추세다. 금리 급등세는 지난 3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가 중립 금리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한 뒤 본격화됐다. 추가 금리 인상으로 받아들여졌고, 그 여파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채권 ETF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코어 미국 종합 채권 ETF(AGG)’에선 9일 하루에만 2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값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Fed가 실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긴축적이다. Fed가 제정신이 아니라고(has gone crazy) 생각한다”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전날 “Fed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난 강도를 높였다.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도 Fed의 지나친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이코노믹스(CE) 이코노미스트는 “Fed에 관해선 트럼프 대통령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발표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2%(계절조정치) 상승해 예상과 부합했다. 8월 도매재고는 전달 대비 1.0% 증가해 시장 예상(0.8% 증가)보다 좋았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미 경제가 재정지출과 가계소득, 기업 투자 증가 등 세 개의 엔진을 달고 있다”며 “향후 2년여 동안 성장세가 탄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