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 사내벤처 스타트데이 행사에서 발표자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롯데 제공
지난 6월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 사내벤처 스타트데이 행사에서 발표자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는 2016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와 보육 역할을 하는 곳으로 계획됐다.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처럼 창업보육기관을 구상해 달라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였다.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 활동을 해왔던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록을 했다.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로서 투자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엘캠프’다. 초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창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제공한다. 사무 공간 제공, 전문가 자문 등도 해준다. 지금까지 4개 기수를 배출했다. 5기가 곧 활동에 들어간다.

엘캠프 프로그램의 장점은 롯데 계열사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엘캠프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유통·관광·서비스·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사업력이 인정되면 해당 계열사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기도 한다. 엘캠프 2기에 참여한 ‘모비두’는 롯데멤버스 엘페이에 음파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롯데슈퍼에서 도입했다. 롯데멤버스는 모비두 기술을 높이 평가해 지난해 7억원의 후속 투자를 결정했다.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들은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입주 초기 스타트업들이 고용한 직원은 243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 말 기준 직원 수는 435명으로 불어났다. 약 79% 늘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전문업체 레드벨벳벤처스는 처음 3명으로 시작해 현재 38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스타트업 고용은 대부분 청년 고용으로 이어진다.

기업가치도 대폭 올랐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엘캠프 1~3기 스타트업 42개사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입주 시점 이들의 기업가치는 총 929억원이었다. 올해 7월 말 기준 이 가치는 약 2514억원으로 2.7배 성장했다.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 ‘핏360’을 개발한 링크플로우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16년 말 엘캠프 2기로 선발된 링크플로우에 롯데는 2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사무공간, 전문가 멘토링 등을 제공했다. 롯데그룹의 인프라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링크플로우는 엘캠프 선발 당시 아이디어에 그쳤던 제품을 빠르게 시제품으로 발전시켰고, 그 결과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를 통해 42만달러의 펀딩에도 성공했다. 필리핀 마닐라 항공,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경찰청 등과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는 내년 연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의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하이테크 기업에도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유망 스타트업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펀드를 결성해 자금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