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을 구축한 뒤 생산 시스템이 한층 개선된 대진전지 공장 내부 모습.  /대진전지  제공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뒤 생산 시스템이 한층 개선된 대진전지 공장 내부 모습. /대진전지 제공
경북 구미시에 있는 산업용 축전지업체 대진전지는 스마트공장 구축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산업용 납축전지 자동화 구축 및 제조현장 혁신활동을 지원받았다. 하루당 생산성이 이전 200개에서 350개로 75% 향상됐다.

이 회사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게 된 이유는 산업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산업용 축전지 생산공정은 인체에 유해한 납을 취급하고 투입에서 출하까지 13개 공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3D(기피) 업종’으로 불린다.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크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삼성전자의 제조관리 기법을 전수받기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 지원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산업용 납축전지 생산라인을 모두 자동화하는 것이다. 우선 합성수지(ABS)에서 폴리프로필렌(PP)으로 소재 변경을 통한 공정기법을 개선했다. 수작업으로 하던 에폭시 접착 방식을 융착 자동화를 도입, 기존 13개 공정에서 9개 공정으로 전체 공정을 단순화했다. 제조자동화를 통한 품질신뢰도 확보 및 고객 반응도 향상됐다.

대진전지는 매출의 70%를 해외에 판매하는 업체다. 납축전지는 제품 특성상 외부 온도에 민감해 기존 합성수지 제품의 경우 내열 온도가 80도로 품질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추진으로 온도환경에 대한 고질적인 품질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이 회사의 제조자동화를 통한 스마트공장 사례가 경북도 스마트공장 구축 우수업체로 선정됐다. 게다가 PP 신제품에 대해 해외 고객의 관심과 반응이 좋아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농기계 제조업체 동성사는 2015년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 일본 경쟁사의 공세와 탄소배출권 규제 등을 앞두고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91억원이던 매출이 2016년 76억원으로 급감했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도 한둘이 아니었다. 한 기업인 모임에서 알게 된 삼성전자의 현장혁신 활동을 포함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제조혁신 전문가 4명이 8주간 상주하며 개선활동에 나섰다. 첫날 아침부터 화장실을 청소하는 멘토의 모습이 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작업장 환경 개선 작업이 속속 이뤄졌다. 볼트 케이블 접착제 등 4000여 개 부품이 자리를 잡았다. 물류 동선이 줄고 체계적인 물품 관리도 가능해졌다. 올해 매출은 132억원으로 예상되고 2년 전 52명이던 직원도 최근 80명을 웃돌고 있다.

충남 논산시에 있는 점착테이프업체 위더스코리아도 스마트공장 구축의 혜택을 톡톡히 본 기업이다. 2015년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밀려 매출이 줄고 품질비용이 증가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삼성 멘토가 한두 시간 먼저 출근해 생산현장 구석의 찌든 기름때와 먼지를 청소하자 임직원도 회사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작업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 보관대와 운반 용구를 제작하는 등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그동안 테이프 두께 측정 때 라인을 멈추고 가장자리만 선별적으로 수작업해 불편함이 많았다. 멘토의 조언으로 두께 측정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라인 가동 중 실시간 측정이 이뤄져 생산성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정부는 제조업 부흥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 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스마트공장 사업의 성공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현장혁신 활동이 기업 근무 환경은 물론 의식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며 “스마트공장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