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명 보명폐유로 대표가 폐엔진오일을 정제한 뒤 이를 연료로 쓰는 난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오창명 보명폐유로 대표가 폐엔진오일을 정제한 뒤 이를 연료로 쓰는 난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사업은 도전의 연속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오창명 보명폐유로 대표는 기구한 사업 역정을 걸었다. 사업 자체가 위법으로 몰려 파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15세부터 직장생활을 해온 이동훈 성실타공 회장은 40여 년째 타공 외길을 걷고 있다. 남들은 불황이라고 움츠리지만 그는 투자를 늘리는 등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인의 도전스토리를 알아봤다.

오창명 보명폐유로 대표 "폐윤활유로 가동되는 난방기로 中시장 공략"
“이제야 비로소 그동안 개발한 신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준 환경부 당국에 감사드립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율동공원을 지나 태재고개를 넘으면 광주시 오포읍이 나온다. 태재고개 정상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보명폐유로 공장이 있다. 종업원들은 난방기를 제작하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오창명 대표(64)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기분 좋은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자동차 폐윤활유를 ‘4단계 가온필터방식’의 정제과정을 거쳐 재활용 기준을 만족시키는 경우 이를 정제연료유로 판단해도 된다는 답신을 받은 것이다. 이는 기준에 맞도록 정제된 폐윤활유(엔진오일교환유)는 연료로 써도 된다는 설명이다. ‘4단계 가온필터방식’은 ‘일정 압력의 오일 가압펌프, 예열기, 4단계 필터를 통해 자동차 폐윤활유를 정제연료유 기준에 적합하도록 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해석에 기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오 대표는 군 제대 후 젊은 시절 S보일러업체에 입사해 약 18년간 근무했다. 이때 미국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오 대표는 “미국에서 폐윤활유를 대규모로 정제해 공장이나 농장 등에서 연료로 쓰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 이런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999년 폐윤활유 연소기술을 개발하고 실용신안등록을 마쳤다. 2001년 환경신기술로 지정받았다. 이어 난방기, 자동차건조로용 버너 등을 잇따라 개발하고 군에 납품도 시작했다. 그동안 폐윤활유는 자동차정비업소 등 대부분 발생한 곳에서 수거해 다른 곳으로 운반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운반 차량의 배출가스 등 2~3차 오염이 또다시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폐윤활유는 발생현장에서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리에 따라 오 대표의 연구결과는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10년 동안 난방기 수천 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히트를 쳤지만 2011년 하반기 암초를 만났다. ‘액상폐기물인 폐유는 난방기 연료로 쓸 수 없다’는 내용으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것이다. 환경 신기술이 졸지에 ‘위법’으로 바뀌었다. 법정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오 대표가 운영하던 보명비엔엠(당시 사명)은 2013년 파산했다. 사재를 털어 회사 관련 채무를 정리했다. 공들였던 중국 시장 개척 꿈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공장 실사까지 했던 바이어가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판매된 난방기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2013년 보명폐유로라는 업체를 다시 창업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우리 제품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재도전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5년 점화장치에 관해 특허 등록하는 등 기술개발도 병행했다. 그가 개발한 난방기 수요처는 자동차정비업체, 공장, 군수송부대, 철도공작창과 농기계를 쓰는 농어촌 등이다.

성수기를 앞두고 난방기생산에 바쁜 오 대표는 “정제된 폐윤활유가 기준에 맞을 경우 연료로 써도 된다는 명확한 해석이 나왔으니 고객을 상대로 다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8명인 인력을 내년까지 15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온풍기 등 다양한 난방 제품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전수전을 겪었어도 평소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온 그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폐윤활유를 활용하는 기술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며 “거대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 수출상품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