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성실타공 회장(오른쪽)과 김상기 이사가 정밀타공제품의 판로확대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이동훈 성실타공 회장(오른쪽)과 김상기 이사가 정밀타공제품의 판로확대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는 전국 최대 중소제조업 밀집지역이다. 지난 6월을 기준으로 1만551개 업체가 가동 중인 이곳의 평균 가동률은 74.5%다. 1년 전에 비해 1.1%포인트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 가동률(80%)을 밑돌고 있다. 곳곳에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일명 ‘함바식당’이다. 호황 땐 저녁에도 북적대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경기침체로 잔업이 줄면서 불꺼진 식당이 늘고 있다.

이동훈 성실타공 회장 "타공판엔 불황 없다…경기 침체에도 설비 투자"
이런 환경 속에서도 군자천변의 성실타공은 수시로 잔업을 한다. 하루 2~3시간씩 주평균 3~4일 정도 연장근무를 한다. 일감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인천공항, KTX 광명역사 및 천안역사, 국립중앙박물관, 대전월드컵경기장 등에 타공판을 제작, 공급했다. 최근엔 공조기업체인 센추리와 3년, 선박용 공조기 등을 제조하는 하이에어코리아와 5년간 각각 납품계약을 맺었다. 공조기에 들어가는 필터는 미세한 구멍의 타공판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신규 설비 도입과 공장 확장에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이동훈 회장(57)은 1주일에 4~5일은 공장에서 취침한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일감이 몰리면 자신이 직접 장갑을 끼고 기계를 돌린다. 15세부터 타공 일을 해온 그는 40년 넘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기술자다.

타공은 철판이나 알루미늄판 등 금속판에 균일한 간격으로 작은 구멍을 뚫는 일이다. 타공판 용도는 필터나 소음방지 공기청정시설 등 다양하다. 음식료품을 제조하는 공장에선 각종 찌꺼기를 걸러낼 때 타공판을 쓴다. 인천공항처럼 사람이 모이는 곳에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 타공판이 사용된다. 벽이나 천장 등지에 흡음재를 설치하고 그 위를 타공판으로 덮는다. 반도체 공장이나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병원 수술실 등은 공기를 청정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공조기기의 필터용으로도 쓰인다.

성실타공에 주문이 몰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기술력이다. 이 회사는 프레스를 사다 타공핀과 서보모터 등을 붙여 타공기계를 직접 제작해 쓴다. 핵심은 타공핀이다. 절삭공구에 사용되는 고속도공구강이 주된 소재다. 타공핀은 금속판에 단번에 구멍을 뚫는 역할을 한다. 열처리가 잘 돼야 구멍을 깔끔하게 뚫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타공핀을 강하게 열처리하는 기법을 찾아냈다. 미세한 구멍을 촘촘한 간격으로 뚫는 기술도 갖고 있다. 이는 평균 15~20년에 이르는 장기 근속자들의 축적된 노하우에서 나온다.

둘째, 가격 경쟁력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외국산 고급품에 비해 20~30% 저렴하게 타공판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설비를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요즘엔 주로 국산기계를 사다 쓴다. 지난해에도 300t급 국산 프레스를 사서 타공기로 개조했다. 이 회장은 “과거엔 일본 프레스 기계를 많이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국산 기계 성능이 매우 좋아졌다”며 “국산을 사면 시설투자비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대기업 출신인 김상기 이사를 영입해 조직문화를 하나씩 바꿔가고 있다. 김 이사는 올해를 ‘변화와 혁신의 해’로 선포하고 10가지 행동지침을 마련했다. 매너리즘과 개인주의 타파, 동료에 대한 배려, 철저한 정리정돈 등이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이런 노력은 경기 부침에 관계없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 제2의 도약에 나서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