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 "세계 모든 사람이 입는 맞춤복 사업에 도전할 것"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만든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69·사진)은 평소 “내일 일을 오늘 하는 것이 경영”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신사복 업체 오고리상사를 이어받아 1984년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을 열었다. 이후 1991년 패스트리테일링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유니클로를 ‘자라’ ‘H&M’과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빅3 SPA’ 중 하나로 키워냈다. 먼저 혁신하고, 도전을 마다하지 않은 그의 수많은 ‘오늘’이 이뤄낸 결과물이 바로 유니클로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글로벌 라이프웨어 데이’ 행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노력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회사는 결국 망하게 된다”며 “혁신적 기술과 예술성을 접목한 라이프웨어로 모두의 일상생활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일본인 부자 1위(재산 195억달러)에 올랐고,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은 ‘글로벌 혁신 기업’ 3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라이프웨어로 생활습관 바꿀 것”

야나이 회장은 ‘라이프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라 H&M 등 경쟁사들이 추구하는 ‘패스트패션’과 달리 유행을 좇지 않는 기본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는 얘기다.

그는 “완성도에 집착하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이 고품질의 라이프웨어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옷을 바꾸면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그러면 인생도, 세상도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남녀노소,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더 많은 나라에 진출하겠다”는 얘기다. 유니클로의 이같은 전략은 겨울용 내의 ‘히트텍’과 도톰한 보온 의류 ‘플리스’, 여름용 내의 ‘에어리즘’ 등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유니클로는 한국 중국 홍콩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20개국에 346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1조2376억원의 매출을 올려 2000억~3000억원대의 자라, H&M과 격차를 더 벌렸다.

맞춤복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야나이 회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치를 입력해 개개인에게 꼭 맞는 옷을 제작한 뒤 눈 앞까지 배송해주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오래 입을 수 있는 니트를 개발한 것이고 홀가먼트 니트 직조기 전문회사 시마세이키와 손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리테일링그룹과 시마세이키는 2016년 각각 49대51의 비율로 투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선보인 유니클로의 홀가먼트 니트 스웨터, 원피스가 그 결과물이다. 시마세이키는 실 한 가닥을 기계에 넣으면 미리 입력한 값대로 옷 한 벌을 통째로 직조하는 기계를 개발, 전 세계 특허를 낸 회사다. 지금은 유니클로가 기성복 형태로 니트를 내놨지만 곧 개인 맞춤복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매출 20%까지 확대

유니클로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 2년 안에 온라인 매출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금은 9% 수준이다. 야나이 회장은 “점점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보더리스 시대”라며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구현될 수 있긴 하지만 아직은 매장에서 사이즈 확인 등을 해야 되기 때문에 온·오프라인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이 일본 유럽 중국에서 ‘클릭&콜렉트’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옷을 주문한 뒤 방문하기 편한 매장을 선택하면 물건을 포장해 그 매장으로 보내주는 배송 옵션이다. 소비자는 시간이 날 때 매장에서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유니클로는 지난달 구글과 손잡고 일본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일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아마존에 맞서 디지털 사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해 유니클로가 발표한 아리아케 프로젝트는 온라인 판매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상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 물류 등 모든 정보를 빠르게 공유해 나갈 것”라고 했다.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통해 유니클로는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13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빠른 공급으로 경쟁사보다 좋은 품질의 옷을 먼저 판매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형 물류창고를 매장 근처로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제품 공급기간과 재고 보유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다. 그는 “팔면서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럽과 북미에서도 각 시장에 맞춰 이같은 생산계획을 짜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독일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꼭 필요한 옷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를 위한 전략을 묻자 야나이 회장은 “옷과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소비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옷이라면 중년이든 젊은층이든 모두 선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영 후계자 국적은 상관없어”

야나이 회장은 수년 전부터 “70세가 되면 은퇴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마음이 바뀐 것 같았다. 그는 “(나는) 창업자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은퇴가 불가능하다”며 “나에게 제2의 인생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의 공식 직함은 ‘회장 겸 사장’이다.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후계자에 대해선 “일본인이든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이든 국적은 상관없다”며 “13만명 직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팀 경영 체제가 강화되면서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패스트리테일링그룹에는 야나이 회장의 두 아들을 포함해 약 40여명의 임원이 근무 중이다. 그는 “65세에 은퇴하겠다”는 말도 번복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야나이 회장은 “제가 없어도 회사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며 아직 은퇴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야나이 회장은 “팀워크로 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개개인의 에고(ego)를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존감을 내세우기보단 팀을 먼저 생각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지금은 사람들이 분절돼서 개인적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두가 연결된 세상이 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옷을 즐기고 옷으로 인해 즐거워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도전과제”라고 했다. 그는 “1998년 내놨던 플리스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유니클로의 운명을 바꿔놨듯 히트텍, 에어리즘 같은 옷이 사람들의 옷 입는 습관을 바꿔놨다”며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유니클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